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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Comment] 조선 산업 부실화 관련 청문회,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김기식(더미래연구소 소장)

11 8월 [IF Comment] 조선 산업 부실화 관련 청문회,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김기식(더미래연구소 소장)

더미래연구소의 다섯번째 IF COMMENT “조선 산업 부실화에 대한 청문회,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가 나왔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서별관회의 청문회’ 문제에 대한 코멘트 입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여·야가 8월 임시회 개회와 이른바 ‘서별관회의 청문회’ 개최에 의견을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산업 부실화에 따른 막대한 국민 부담과 드러난 분식회계,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개인 비리, 산업은행과 금융위의 감독 부실 등을 감안한다면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청문회의 별칭이 ‘서별관회의 청문회’로 불리고 있다는 것은 이번 청문회의 초점이 문제의 본질보다는 곁가지로 흐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의 지원이 산업은행의 의사와 무관하게 ‘서별관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당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었다.”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예기치 않은 폭로는 정치적으로 좋은 호재이고, 국회가 반응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우선 ‘서별관회의’의 운영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이는 역대 정부에서 있었던 일이고, 정부가 필요에 따라 운영할 수 있는 회의체이다. 공식적인 경제부처 장관회의가 있지만 사안에 따라 탄력적으로 정부 내부 입장을 조율하는 회의를 못 할 바 없고, ‘서별관회의’는 그 운영이 알려진 사실상 공식화된 회의체이기도 하다. 다만 그것이 사실상의 정부 내 의사결정을 하면서도 회의 자료와 회의록 등 공식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은 투명한 정부 운영 원칙에 맞지 않다는 점에서 개선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사안의 민감성과 그로 인해 자료 공개 시 생기는 파장 등이 문제라면 기록물의 공개를 일정 기한이 지난 시점으로 제한하면 될 일이다. 청와대에서 개최되고, 청와대 경제수석이 참석하여 회의를 주도한다는 점에서 대통령 기록물로 분류할 수도 있다.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논의하고, 금융위가 결정을 주도한 것 역시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큰 경우 민간대기업 관련 사안도 논의할 수 있는데 더구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통해 사실상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 그것도 산업적으로나 고용 측면에서 중요한 대기업의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하지 않으면 오히려 직무유기라 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지원 결정을 금융위가 주도하는 것 또한 정부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수조원의 자금 지원 결정을 정부당국의 책임 있는 판단과 결정 없이 산업은행이 자체적으로 결정했다면 그것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럼 청와대와 금융위가 주도하여 이루어진 ‘서별관회의’에서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 결정의 문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조선 산업 부실화와 관련하여 이번 청문회에서 추궁하고 밝혀야할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2015년 10월 ‘서별관회의’의 문제는 청와대와 금융위가 주도해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는 것이 아니라, 대우조선해양과 조선산업의 부실화의 원인에 대한 종합적 진단과 책임추궁조치, 구조조정을 통한 구체적 회생방안 등 대책마련도 제대로 않고, 막대한 자금 지원만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서별관회의’ 이후 올해 상반기 검찰 수사와 정치권의 문제제기,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폭로로 대우조선해양과 조선 산업의 부실화와 구조조정 문제가 이슈화되기 전까지 정부당국이 관련자에 대한 책임추궁조치나 강도 높은 자구계획의 제출 요구, 구조조정 방안의 제시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작년 10월 ‘서별관회의’가 얼마나 부실했는 지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이런 무능과 무책임은 대우조선해양과 조선산업 부실화 과정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사실상 공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화와 대규모 회계분식은 한마디로 ‘무능한 관치’와 ‘정권의 낙하산’이 빚은 참사 수준의 사건이고, 이번 청문회에서 규명하고 추궁해야 할 문제의 본질도 이와 관련된 것이다.

국책은행이 절대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재무책임자를 파견하고 있는 조건에서 어떻게 수년간 수조원이 넘는 분식회계가 자행되고, 어떻게 이를 정부당국이 모를 수 있단 말인가? 막대한 부담을 져야 하는 국민으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2015년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통해 3조원이 넘는 손실을 스스로 반영함으로써 드러나기 시작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는 2015년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듯이 그리 복잡한 방식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외부 감사인이 제대로 감사했다면, 산업은행과 금융위와 금감원이 제대로 감독했다면 쉽게 밝힐 수 있는 사안이었다.

더구나 조선 산업 부실화의 직접적 원인인 해양플랜트 사업의 대규모 부실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손실이 이미 현실화된 상황에서 유독 대우조선해양만 장부상 흑자를 유지하고 있어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갖는 것이 상식적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과 금감원, 금융위는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2015년 상반기 반기보고서가 제출되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분식회계와 관련된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의 불법과 도덕적 해이는 물론 산업은행과 감독당국의 무능과 직무유기는 이번 청문회가 가장 매섭게 지적하고 책임을 추궁해야 할 대목이다.

2015년 반기보고서와 국정감사를 통해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이후인 2015년 10월 22일 개최된 서별관회의에서 이 분식회계 문제에 대한 별다른 조치와 책임 추궁 없이 자금 지원을 결정한 것은 무능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고 있는 당국자들이 그 책임을 서로 덮고 가기로 결의한 것에 다름 아니다. ‘무능’에 이어 책임에 대해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한 것이다. 이 역시 청문회에서 주요하게 짚어야 할 사안이다.

정부의 무능은 관리·감독상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업 정책적 측면에서의 무능 역시 청문회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추궁되어야 한다.

조선 3사는 해양플랜트에 대한 설계, 시공능력도 없이 뛰어들어 국내 업체끼리 저가 출혈 수주 경쟁을 하며 스스로 무덤을 팠다. 어찌 보면 조선 산업 부실화의 직접적 원인의 해양플랜트 사업의 대규모 부실은 예고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을 유인책으로 해양플랜트 설계, 시공 능력을 키우기 위한 공동의 R&D 투자를 유도하지도 않았고, 저가 출혈 수주 경쟁을 조정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수십만명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는 조선 산업에 대한 산업 정책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차 강조해왔지만 산업 정책과 일자리 정책은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고, 기존 산업이 경쟁력과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조선 산업 부실화는 산업 정책의 실종과 무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고, 이에 대해서도 청문회 과정에서 관련 정부 부처 책임자를 소환해서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정부와 관료의 ‘무능’이 정치권의 ‘낙하산’에 의해 조장되고 합리화되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진과 산업은행 관계자의 개인 비리는 검찰 수사를 통해 엄정히 사법처리할 사안이지만 더 중요한 사안은 그들의 불법과 도덕적 해이의 배경이 된 정권 차원의 낙하산과 권력 유착, 지금 밝혀지고 있는 남상태 사장 등의 개인 비리가 이미 이전부터 제기된 사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대로 수사와 사법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배경과 권력의 비호 의혹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발생한 이후 책임을 추궁하는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에 대해 감독 당국자들이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정권의 입김과 정치권 낙하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을 어쩔 수 없었다.”는 하소연이다. 그 말이 비록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이라 하더라도 문제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번 청문회가 무문별한 정권 차원의 낙하산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권력의 생리상 정권 차원의 인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낙하산도 관련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사람에 한해야 하고, 낙하산 인사가 각 기관의 정상적인 업무 처리를 왜곡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이번 청문회를 통해 무능한 관치를 바로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 경제에서 관치 논란은 오래된 것이다. 오랜 논란에도 불구하고 관치는 객관적, 현실적으로 순기능과 역기능이 다 존재한다. 아무리 시장중심의 경제체제로 전환했다 하더라도 경제 분야에서, 또 산업 정책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없을 수 없다.

문제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관치’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관료가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무능하기까지 하면 최악이다. 무능하고 책임질 수 없으면 자리와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번 청문회가 관료 사회에 그 교훈을 제대로 주길 기대한다.

덧붙여서 국회 정무위원회 차원에서는 조선 산업만이 아니라 해운 산업 부실화와 구조조정의 지연에 대해서도 청문회의 의제를 확장해서 다루거나 국정감사 과정에서라도 짚어보길 권고하고 싶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모두 채권단 차원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체적 생존과 회생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경영권과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처리가 지연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현대그룹과 한진그룹의 로비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은 지연될수록 결국 국민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 하에서 기업 구조조정 정책이 사실상 실종된 원인과 배경 역시 짚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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