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9월 [IF Comment]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 지원, 신중해야 한다 / 김기식(더미래연구소 소장)
더미래연구소의 여섯 번째 IF COMMENT “한진해운에 대한 자금 지원, 신중해야 한다”가 나왔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정부의 후속 조치’ 문제에 대한 코멘트 입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물류차질, 운임 인상, 수출 차질, 선박 압류, 입항 및 하역 거부 등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고, 긴급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산업과 해운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진해운과 관련된 정부의 무능은 법정관리 사후 대책의 문제 이전에 이번 확인된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해 진작에 구조조정을 과감히 진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을 주력기업인 대한항공 자체가 재무적으로 부실한 상태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결단만 촉구하며 질질 끌려 다니면서 차일피일 미루어왔다. 한진해운의 경우도 법정관리라는 배수진을 치고 용선료 협상을 관철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주주 감자와 채권 출자 전환 등을 통해 성공한 현대상선의 구조조정과 같은 방식을 사전에 과감히 진행했어야 한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정부의 대책이 미흡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당장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신중해야 한다. 당장 자금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운임 급등, 수출 차질, 선박 압류와 입항 및 하역 거부 사태 등을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운임 급등은 공급이 30% 이상 과잉된 세계 해운업계의 현실상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의 수출 물량 운송문제도 한진해운의 국내기업 물동량이 10% 수준이고, 단기적 차질은 있더라도 공급 과잉 구조하에서 장기화될 가능성은 없다. 선박의 압류 역시 스테이오더 신청이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문제이나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상당히 해소될 문제이다. 냉정하게 보면 한진해운의 선박 중 용선한 선박 등 상당부분은 법정관리하에서 채무조정과정에서 어차피 정리될 선박이고, 15조에 이르는 국제소송에 대한 우려도 기업이 온전히 회생할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지 한진해운의 처리 방향에 따라 상거래채권자들이 떠안아야할 손실 부담이다.
무엇보다 고려해야 하는 대목은 지금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해도 용선료가 운임보다 비싸 선박을 운행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로 해외 선주들의 배만 불리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회생할 때까지 무한정 자금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면 당장 어렵다고 자금 지원부터 하는 것은 현명한 정책적 판단이 아니다.
세부적인 사항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나 큰 틀에서 기업의 구조조정은 부실을 털어내고,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안되면 청산하는 것이다. 그 외에 다른 구조조정 방안은 없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문제로 운행해도 손실이 나는 부분을 털어내야 한다. 그리해서 살릴 부분이 있으면 자체 회생시키거나, M&A 방식으로 살릴 부분을 매각하는 것이다. 이런 구조조정은 손실의 분담을 전제로 한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법정관리는 대주주와 금융채권자, 그리고 용선주등 상거래채권자 모두의 손실부담을 의미한다. 이미 대주주와 국내 금융채권자의 손실은 거의 확정되었다. 이제 비싼 용선료를 받아 온 해외 선주사 등 상거래 채권자의 손실부담을 정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법원의 신속한 결정이다. 법원의 결정으로 채권, 채무관계의 변수를 상수로 만들면서 회생절차이든, 청산절차이든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원칙만 이야기하면서 손을 놓고 있으라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지금 해야할 것은 한진해운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지원보다는 협력업체등에 대한 지원과 국내 화주(貨主) 및 부산항만 운영에 대한 대책 마련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한진해운에 DIP 대출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제한적이어야 한다.
국내 기업의 수출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정부가 소유한 현대상선을 적극 활용하고, 필요하다면 현대상선으로 하여금 운임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용선을 하도록 할 수도 있다.
기업의 구조조정, 특히 대기업의 구조조정에 고통이 수반되지 않을 수 없다. 그때마다 임시방편적인 대책을 시행하면 앞으로 산적한 주요 산업 분야의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 낼 수 없다. 물론 정부의 무능과 대주주의 무책임, 도덕적 해이는 엄정히 추궁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언론, 정부 모두가 냉정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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