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4월 [IF Media] 다음 선거의 쟁점은 ‘상위소득 점유율 낮추기’ / 임채원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다음 선거의 쟁점은 ‘상위소득 점유율 낮추기’]
출처: 경향신문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도 정책은 실종됐다. 초유의 정치이슈가 된 ‘성완종 게이트’에 묻혀 선거 초반에 제기됐던 새정치민주연합의 ‘두툼한 지갑론’은 선거 후반에 들어와서 시민들의 관심을 잃었다. 정책적 쟁점은 유권자의 관심과는 별개로 선거 이후 정치과정에 투입된다. 그럼, 내년 총선과 그 다음해 대선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정책 아젠다는 무엇이 될 것인가?
상위소득 점유율이 다음 선거에서 주목받는 거시경제지표가 되어 가고 있다. 상위소득이 전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 한국의 상위 10% 소득점유율은 44.8%로 OECD 국가 중에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소득불평등이 심각한 수치이다. 박근혜 정부의 기득권 위주의 정책을 감안하면 이미 45%를 넘었을 것이다. 이 소득불평등 지표로 볼 때 한국경제는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됐다.
새롭게 등장하는 거시경제지표들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1970년대까지 고도성장기 경제에서 관심을 받는 거시경제지표는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이다. 2000년 이후 세계경제의 관심은 일자리와 고용이었다.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대안으로 ‘유럽2020 아젠다’는 고용률 70%를 새로운 거시경제 목표로 제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 공약이 제시됐다.
지금 세계경제의 관심은 고용률을 넘어서 소득불평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용된 상태이지만 비정규직, 파트타임 등으로 근로빈곤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총선을 불과 1주일 남겨놓은 영국에서는 제로아워 고용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는 근무시간과 횟수를 규정하지 않은 고용계약으로 우리나라 청년의 근로빈곤 형태인 열정페이만큼이나 불평등한 고용형태이다. 고용된 상태에서 소득불평등이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상위소득 10%의 소득점유율은 학계에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30년 동안 이 경제지표가 지속적으로 안정적이었던 반면, 1980년대 이후 한국의 경우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위소득 10% 점유율은 U자형 커브를 보이면서 소득불평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 선거의 쟁점은 상위소득 점유율의 감소와 함께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11월에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 쟁점으로 이 경제지표에 대한 관심이 이미 제기됐다. 올 1월에 나와 주목받고 있는 ‘포용적 번영 위원회’의 경제 분석은 이 지표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출마선언을 한 힐러리는 이 보고서를 근간으로 대선 캠페인을 시작했다.
작년에 세계적인 선풍을 불러일으킨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 제기된 문제의 정책 대안으로 올해 미국과 한국에서 앳킨슨의 <불평등>이 발간되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상위소득 10%의 점유율을 완화하는 정책들이 전향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회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결과의 불평등’이 미래의 기회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점이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부모의 소득이 자식들의 교육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소득불평등 지표인 상위소득 10% 점유율이 현재 45%에서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수준인 35% 정도로 완화하는 정책들에 대한 경쟁이 주요 쟁점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개입과 소득정책으로 임금 격차를 줄이고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서 부의 집중을 낮추는 정책들이 유권자의 관심을 끌 것이다. 조세정책에서 고소득자에 대한 한계세율을 65%까지 인상하는 방안 등은 전향적으로 검토될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는 상위소득 점유율 인하를 쟁점으로 한 소득불평등 완화가 유권자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한다.
임채원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