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4월 [IF Media] 북핵, 아주 낡은 새로운 접근 / 김연철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세상 읽기] 북핵, 아주 낡은 새로운 접근
출처 : 한겨레
미-중 정상회담이 끝났다. 북핵 문제의 답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심각성에 공감한 것은 분명한 성과다. 북핵 문제는 트럼프 외교의 우선순위에서 확실하게 앞에 있다. 주목할 만한 변화다. 지금까지 미국은 북한을 무시해왔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도 무시 전략이었다. 무시의 이유는 간단하다. 북핵 문제를 임박한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달라졌다. 워싱턴에서 ‘북한의 핵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반성이 공감을 얻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긴박한 위협으로 평가한다. 북핵 문제의 새로운 국면이다.
“과거 20년간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틸러슨 국무장관이 말했다. 워싱턴에서 ‘새로운 접근’이 쏟아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등장한 것은 새롭지 않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해법, 그것은 낡은 접근이다. 한국전쟁 이후 늘 검토는 했지만 선택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다. 1960년대 후반 남북한이 서로 게릴라를 보내 제한전쟁을 벌일 때도 양쪽이 확전을 경계했다. 1994년 6월 클린턴 정부가 영변의 핵시설을 폭격하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누구든지 검토해보면 안다. 한반도는 좁은 공간에 군사력이 밀집해 있다. 싸우면 다 죽는다. 아무리 정밀한 외과수술식 폭격도 결과는 뻔하다. ‘수술은 성공해도 환자는 죽는다.’ 외국 언론은 난리가 났는데, 왜 한국 사람은 태연한 줄 아는가? 알고 보면 ‘전쟁 불감’은 경험에서 우러난 합리성이다. 누구라도 공멸을 선택할 바보는 없다. 한두번 겪어보는 일이 아니다.
군사적 압박도 마찬가지다. 미-중 정상회담을 하는 동안 트럼프 정부는 시리아를 폭격했다. 북한에 주는 강압적 신호다. 과연 북한이 겁을 먹을까? 한국전쟁 이후 북한이 도발했을 때 미국은 언제나 압도적인 군사력을 과시했다. 항공모함이 오고 폭격기가 날아온 경우가 적지 않다. 힘을 과시하면 북한을 겁먹게 할 수는 있다. 다만 그 결과가 억지력, 즉 핵개발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온갖 군사적 해법이 난무하는데, 한국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아무리 선거 국면이라도 너무 위험하고 아찔하다. 전쟁이 일어나면 피해자는 우리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잃어야 하는데,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미국이 군사적 해법을 검토해도 좋은가?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에도 아무것도 몰랐던 무능의 역사, 아주 오래된 적폐 중의 적폐다. 가짜안보를 몰아내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진짜안보를 보고 싶다.
제재 강화도 새로운 접근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그야말로 점차적으로 ‘역대 최강의 제재’를 경신했다. 앞문을 걸어도 뒷문은 열려 있고, 중국의 협력은 제한적이다. 중국과 대립하면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이 정도 했으면 교훈을 얻을 때도 되었다.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할 필요가 있을까? 왜 중국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생각을 못할까?
트럼프 정부가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것은 환영한다. 주변국들이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북핵 문제는 아주 오래된 병이다. 원인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인정해야 한다. 오래된 병을 한방에 치료할 묘약은 없다. 치료의 출발은 올바른 진단이다. 아는가? 이란이든 북한이든 혹은 다른 사례에서 핵문제는 관계의 산물이다. 관계의 성격을 바꾸지 않고 해결할 방법은 없다. 어떤 싸움도 해결하려면 폭력을 멈추어야 한다. 주먹을 쥐고 악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연철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