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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Media] 북핵 해법, 정부는 행인 같다. / 김연철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12 9월 [IF Media] 북핵 해법, 정부는 행인 같다. / 김연철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북한 5차 핵실험 – 섣부른 핵무장론]“북핵 해법, 정부는 행인 같다”

예의염치(禮義廉恥)

출처: 경향신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렇게 묻는 사람이 없다. 정부는 분노를 표출하고 언론은 하나 마나 한 대책을 나열하고 야당은 눈치를 본다. 위기의식이 없다. 위기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대응하지 않는다. 8개월 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했을 때의 풍경이 재연되고 있다. 실패한 과거를 반복하면, 앞으로 벌어질 일도 뻔하다.

정부는 ‘북한이 나쁜 놈’이라고 욕부터 한다. 문제를 해결할 주체인 정부가 마치 지나가는 행인 같다. 정부라면 핵실험의 목적이 무엇인지, 과거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현재의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그래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4차 핵실험 이후 우리가 취했던 정책이 과연 적절했는지를 검토한 적이 있는가? 반성하지 않으면 실수를 반복할 뿐이다.

이미 주변국은 최소 이틀 전부터 핵실험 징후를 알고 대비했다. 정보공유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다. 핵실험 순간에 지방강연을 간 장관이라니. 어차피 할 일이 없으니 바람이나 쐬러 다니자는 심정이야 이해한다. 그래도 공무원이 국민의 세금으로 그러면 안된다.

‘핵무장론’이 전염병처럼 번진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떠들 수 있다. 그래도 책임 있는 사람들이 할 말이 아니다. 왜 미국이 며칠 전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지’라는 단어를 집어넣었겠는가? 핵우산을 제공할 테니, 핵무장은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다.

이제 곧 전략무기를 실은 미국의 항공모함이 올 것이고, 스텔스 핵폭격기도 날아올 것이다. 북한에 대한 의례적인 무력시위이면서 동시에 남한에 대한 핵우산의 과시다. 핵무장론은 정치인이든 전문가든 자격미달의 징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논의는 어떨까? 달라질 수 있었는데,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유엔의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 정상적이라면 지난 제재 결의보다 훨씬 강력한 제재조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재는 중국에 달려 있는데, 중국의 협조를 얻을 수 없다. 왜 그럴까? 사드 문제로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 체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몇 주의 진통을 겪고 결의안을 마련하지만, 한·미·일의 주장에 중·러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중국은 ‘사드 반대’를 의미하는 추상적인 표현을 포함시킬 것이다.

미국은 대선 국면이다. 중국은 북핵과 사드 사이에서 방황한다. 일본은 국내정치적으로 활용할 뿐이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참담하다. 아무도 상황관리를 하지 않는다. 북한은 제재공조가 깨진 현재의 상황을 호기라고 판단한다. 제재와 도발의 악순환이다. 다만 속도만 빨라진다. 이렇게 흘러가면 어떻게 될까? 몇 달 후 우리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했다는 뉴스를 듣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다. 초당적으로 그야말로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를 모아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정치공학으로만 핵 문제를 본다. 정부는 이게 다 북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야당도 슬그머니 대중의 분노에 편승한다. 야당에 묻고 싶다. ‘묻지마 국방비’에 눈을 감으면서, 어디서 민생예산을 마련할 것인가? 평화전략을 부정하는 ‘오직 민생’이라는 구호는 ‘나는 거짓말쟁이’라는 고백과 다름이 아니다. 다수의 국민이 그런 거짓말에 신물이 나 있음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사람들이 묻는다. 정부는 무엇을 했느냐고. 정부는 재빨리 이게 다 야당 때문이라고 총구를 돌린다. 무한반복이다. 책임윤리를 상실한 정부와 있으나 마나 한 야당의 무책임한 카르텔이다.

북핵 문제의 수준이 달라졌음을 인정한다. 과거의 접근이 유효한지 솔직히 모르겠다. 그러나 현재의 무책임한 분노, 효과 없는 제재, 술주정 같은 핵무장은 답이 아니다. 그 방향은 틀렸다. 그것은 악화의 늪이고, 우상의 동굴이다. 다시 이성의 들판에 서서 말라죽은 평화를 일으켜 세울 지도자를 기다린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책임’이다.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묻는 정치인이 대권을 차지할 것이다.

김연철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