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7월 [IF Media] 산업부, 신재생 확대 진정성 보인다. / 이상훈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산업부, 신재생 확대 진정성 보인다.]
출처: 에너지경제
에너지신산업에 4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정부의 발표 내용을 자세히 보기 전에는 내심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과거 산업부가 신재생에너지나 에너지신산업과 관련해 거창한 비전이나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지만 현실성이 부족하거나 기존 계획을 재편집해 과장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헌데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재생에너지 및 전력 정책 상 새로운 변화와 진전이 뚜렷하다.
먼저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다. 산업부는 2020년까지 총 30조원을 투자해 원전 13기에 해당하는 13GW 용량의 발전소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2014년 말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총 발전용량이 10.7GW이다. 2015년 태양광이 1GW, 풍력이 0.2GW 늘어났다. 앞으로 태양광과 풍력 위주로 설비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연평균 3GW 내외의 설비 용량 확대는 전례 없는 규모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강화하고 해상풍력 등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재생에너지 설비의 계통 접속을 개선하고자 한다. 또, 태양광 전력을 기업 소비자에게 직판할 수 있는 방안도 허용해 태양광 시장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산업부 입장과 태도가 크게 달라진 대목이다. 2015년까지 산업부는 환경단체와 국회의 압력, 세계 각국의 동향을 고려해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차 에너지의 11%, 발전량의 13.4%로 높이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목표 달성에 회의적 시각이 컸다.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기업 소비자와 장기구매계약을 맺어 전력을 직접 판매할 수 있게 한 조치는 현재의 전력 시장 여건에선 혁명적인 것이다. 미국 100대 기업 중 60%, 500대 기업 중 43%가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재생에너지 소비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케아, 스위스재보험, BMW, 코카콜라, 골드만삭스, 구글, H&M, 휴렛팩커드, ING, 마이크로소프트, 네슬레, 나이키, 스타벅스 등 누구나 알 만한 세계 일류기업이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 자발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국내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길이 원천적으로 가로막힌 상태였다. 한전만이 유일하게 용도별 요금제에 따라 전력을 판매하는 시장 구조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판하거나 소비자가 구매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네이버나 다음이 비용이 더 들겠지만 구글처럼 IDC에서 소비하는 전력을 태양광 발전사와 구매계약을 맺어 태양광 전기를 소비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것을 전력판매 시장의 개방을 위한 꼼수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재생에너지 직판 허용은 기존의 전력판매 시장을 쪼개어 민간 기업에 넘기는 민영화와는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
이번 발표는 에너지신산업이란 제목을 달고 있지만 내용은 재생에너지 여건 개선과 보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MW 이하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해 계통접속을 무제한 보장한다든가, 전기요금 상계가 가능한 태양광 설비의 용량을 1MW로 확대하는 것은 한전에 상당한 부담이 되겠지만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를 위해 획기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당장에 계통접속이 어려워 추진이 가로막힌 588MW의 중소 규모 재생에너지 설비가 전력망에 연결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전력인프라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관련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되도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다만 발표 내용에는 이런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자체를 상향 조정한다거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기존 RPS 제도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가 늘면 궁극적으로 소비자 부담이 늘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산업부가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와 재생에너지 전력 직판 허용 계획이 재생에너지 확대의 제도적 기반 강화 및 국가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 조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한편 신·재생에너지와 직접 관련이 없는 가스시장 민간 참여 확대 방안, LPG 및 석유시장 진입규제 완화, LNG 용량요금 개선 같은 에너지 산업의 민감한 이슈를 시장 개방이란 제목 아래 같이 끼어 넣은 것은 어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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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