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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Media] [세상 읽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거짓 민주주의’ /이관후(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06 3월 [IF Media] [세상 읽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거짓 민주주의’ /이관후(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세상 읽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거짓 민주주의’

출처 : 한겨레, 사진출처: 거제저널

2일부터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어디에 출마해야 할지는 아직 모른다. 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5일에야 처리되었고, 이 법에 따라 선거구를 정하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의 진전이나 미투 운동에 비하면, 선거구 획정이 무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구를 어떻게 정하느냐는, 촛불이 실제 정치제도의 개혁으로 이어지느냐 마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현재 기초의원 선거구는 대부분 2인 선거구다. 지지율 상위 2개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거의 당선이다. 그 2개의 정당이 어디가 될지도 대체로 명약관화하다. 지역주의가 강한 지역에서는 한 정당이 1~2등을 모두 휩쓸기도 한다. 그러니 3위 이하 정당들은 출마 자체를 꺼린다. 결국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에서만 22명의 지역구 의원이 투표도 없이 당선되었다.이래서야 지방자치의 의미가 별로 없다. ‘경쟁’과 ‘개방성’이 선거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라고 한다면, 현재 우리의 기초의원 선거는 거의 빵점이다. 기초의원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당의 공천이지 유권자가 아니다. 기초의원들이 일은 안 하고 특권만 누리고 있어서 지방의회를 차라리 없애버리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선거제도가 이러한데 누가 열심히 일을 하겠는가?공천이 곧 당선이어서는 민주적인 선거라고 부를 수 없다. <대의정부론>을 쓴 존 스튜어트 밀은 ‘유권자의 다수파가 대표를 가장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소수파도 그에 비례하여 적으나마 대표를 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했다. 또한 다수만이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거짓 민주주의’라고 단언했다.거짓 민주주의를 개선할 방법이 없지 않다. 2인 선거구를 줄이고 3~5인 선거구를 늘리는 것이다. 선거구를 키우면 의원 수가 늘어나는 줄 오해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2인 선거구 두 개를 합쳐서 4인 선거구를 만드는 방식이다.장점이 많다. 3위 이하 정당들에 기회가 주어지니 유권자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주요 정당 후보는 공천받기가 더 어려워지고 본선에서 열심히 경쟁해야 한다. 예전에는 동네에 문제가 생기면 2명이 와서 시늉만 했다. 선거 구도가 간단하니 현직자들끼리 경쟁할 이유가 별로 없었다. 이제는 아니다. 정당이 다른 여러 의원이 와서 주민 의견을 듣고 갈 가능성이 높다. 주민들이 하소연할 곳도 더 많고 비교할 대상도 더 많다.유권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제도다. 그런데 지금 보아서는 안 될 가능성이 99%다. 누가 안 하는지도 분명하다. 1, 2등 하는 정당들이다. 기초의회 2인 선거구 앞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끈끈한 한편이다.민주주의란 언젠가 상대에게 질 수도 있고, 그때는 승복하겠다는 것을 전제한 게임이다. 그래서 현행 2인 선거구가 좋다는 건, 민주당에 자유한국당과의 양당제가 좋다는 것이고, 언젠가는 자유한국당에 다시 한 번 정권을 줄 수도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것도 좋다. 그런데 우리가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과 앞으로 잘 공생하라고 촛불을 들었던가?선거구가 정해지는 데 실질적으로 남은 시간은 열흘 정도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3~4인 선거구제로 지방분권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시도 획정위의 권한이라고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민주당이 촛불 정신을 따를지, 아니면 자유한국당과 짝짜꿍을 계속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관후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