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11월 [IF Media] [세상 읽기] 북핵, 시간은 누구 편인가? /김연철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세상 읽기] 북핵, 시간은 누구 편인가?
출처 : 한겨레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고, 때를 놓치면 그만큼 어렵다. 북핵 문제가 왜 악화되었을까? 모두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주장해서다. 오바마 정부는 시간이 미국 편이라고 생각했고,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이 물러설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나고 보니 시간은 북한 편이었다. 해결의 시간만 잃고, 북한의 핵능력은 진전했고, 동북아의 갈등은 높아졌다. 트럼프 정부는 다시 시간의 역전이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제재의 압력이 과거와 달라, 조금만 밀어붙이면 북한이 굴복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 체제를 몰라서 생긴 착각이다.북한은 장기전을 준비한다. 유엔의 제재에 중국이 참여하면서, 수출이 거의 90% 이상 감소했지만 최근 북한의 수입은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북한은 식량과 생필품을 집중 수입했다. 마치 장기 농성을 준비하는 듯하다. 벌어들인 외화가 점점 줄면, 수입도 줄 것이다. 비축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말처럼, “북한은 풀을 뜯어 먹어도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제재의 장기화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제재는 지도자와 주민을 분리할 수 없기에 인도적 재앙으로 이어진다. 북한에서 2000년대 이후 부족의 경제가 시장을 낳았고, 시장은 양극화를 낳았다. 제재는 도시와 농촌 사이, 지역과 지역 사이, 계층과 계층 사이에 벌어진 양극화를 더욱 벌릴 것이다. 판문점을 넘어온 북한 병사한테서 확인한 체형의 분단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몸의 분단을 극복하는 시간이 마음의 분단만큼 길 수 있다. 독일과 다른 한반도의 우울한 미래다.체제의 성격 때문에, 북한이 시간에서 여유가 있지만 그렇다고 무한하지는 않다. 북한은 조속한 핵무장으로 단계적인 제재의 상승을 피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의지만큼 기술력이 따라주지 않아, 결함을 보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은 추가시간 동안 커질 제재의 고통을 계산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시장에서 계획으로 전환할 재정능력도 부족하다. 북한이 생각하지 못한 시간차를 포착해야 한다.북한과 미국만 시간을 두고 싸우지 않는다. 중국도 시간을 중시한다. 중국은 북핵이 낳은 동북아 질서 변화를 보면서, 중재에서 해결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해결할 수 없으면 관리하라’가 과거의 전통적 시각이라면,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누구라도, 무엇이건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 위에서는 여전히 전통적 담론을 반복하기에 아직 국제사회는 중국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중국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면, 북핵 문제를 둘러싼 시간의 구조가 달라질 것이다.제재의 효과는 달라졌지만, 시간의 역전이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에게 시간의 의미는 무얼까? 제재를 당하는 쪽의 정치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여전히 제재를 하는 쪽의 안보 비용도 높다. 숨 가쁘게 상승했던 북핵 악화 국면이 일시적으로 멈추었지만, 안도할 근거는 없다. 서두를 환경은 아니지만 기다릴 여유는 없고, 나설 수단은 마땅치 않지만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다.시간을 착각해서 해결의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우리는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으면, 북한은 기술적 결함을 보완하는 데로 가던 길을 갈 것이다. 지진은 끝나지 않았고, 여진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 모두 자신의 시간을 기준으로 지금까지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제일 급하다. 평창을 평화의 올림픽으로 치르려면, 때를 기다리지 말고 만들어야 한다.
김연철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