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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Media] [세상 읽기] 협력으로 위협 감소/김연철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08 4월 [IF Media] [세상 읽기] 협력으로 위협 감소/김연철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세상 읽기]  협력으로 위협 감소

출처 : 한겨레, 사진출처: 천지일보

1998년 윌리엄 페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와 해바라기 씨를 받았다. 2년 전 그가 미국의 국방장관일 때, 우크라이나의 핵탄두를 제거해서 핵물질을 빼내고, 미사일을 분해해서 고철로 쓰고, 미사일 기지를 농업용지로 만들어 해바라기를 심었다. 해바라기 씨는 ‘칼을 보습으로 바꾼 증거’였고, ‘협박을 협력으로 바꾼 사례’였으며, ‘비핵화의 희망’ 그 자체였다.1991년 소련이 해체되고 이후 15년 동안 구소련 지역에서 5만여명의 핵무기 과학자가 직업을 전환했고, 수많은 대체산업 시설이 들어섰다. 핵시설을 해체하려면, 그곳에서 일했던 군인, 과학자, 노동자, 주민들에게 새로운 삶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미국은 칼을 보습으로 바꾸기 위해 구소련 지역에서만 16억달러를 투자했다. 이 사업을 우리는 ‘협력적 위협 감소’(CTR: Cooperative Threat Reduction)라고 부른다. 리비아에서도 핵개발 기술자들의 직업전환 교육이 이루어졌고, 화학무기 생산시설을 말라리아 약의 생산공장으로 전환했다. 과연 북한에도 가능할까?북한 핵문제의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력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안보위협에 대응하는 억지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안보위협이 해소되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북핵 협상에서는 그것을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이라고 부른다. 동시행동의 원칙에서 중요한 것은 ‘기계적 균형’이 아니라, ‘관계의 변화’다. 관계가 변해야 억지의 필요가 사라진다. 적대관계에서 협력관계로의 전환 속도가 결국은 비핵화의 속도를 결정할 것이다.핵시설이 밀집해 있는 영변에 협력적 위협 감소 사업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때다. 북한과 미국 모두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한다. 과거의 동결이나 불능화 수준을 뛰어넘어서, 이제 영변의 핵시설을 완전히 해체해야 한다. 당연히 협력의 수준도 과감해져야 한다. 원자로가 있던 자리에 진달래를 심고, 화학공장을 비료공장으로 전환하고, 핵 공학자와 군인들에게 새로운 직업을 제공해야 한다.협력적 위협 감소는 제재 완화로 이어진다. 원칙적으로 비핵화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제재를 계속해야 하지만, 합의 이행을 시작하려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영변에 협력적 위협 감소를 위해 예산을 투입하려면 제재 관련 법률을 개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 제재와 지원을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포괄적 합의사항 중 하나인 관계 정상화도 마찬가지다. 관계를 정상화하려면 적성국 교역법도 폐지해야 하고, 테러 지원국도 해제해야 한다. 관계 정상화는 단순히 외교관계뿐만 아니라, 경제관계를 포함하는 그야말로 포괄적 관계의 정상화를 의미한다. 영변의 협력적 위협 감소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에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국가들이 비용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미국에서 협력적 위협 감소는 초당적 협력의 상징 사업이었다. 민주당의 샘 넌 의원과 공화당의 리처드 루거 의원이 공동으로 법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넌-루거 법안이라고도 부른다.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북한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의 협력도 중요하다. 정권 변화와 관계없이 합의의 지속성을 보장해야, 북한은 핵무기를 영원히 포기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초당적 협력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다시 비핵화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이제 협박에서 협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협박을 하면 무기를 움켜쥐고, 협력을 해야 위협을 해소하고, 그래야 무기를 내려놓을 것이다.

김연철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