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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Media] (시론)주역으로 본 문재인정부의 성공 조건 / 임채원 (더미래연구소 운영위원)

26 3월 [IF Media] (시론)주역으로 본 문재인정부의 성공 조건 / 임채원 (더미래연구소 운영위원)

(시론) 주역으로 본 문재인정부의 성공 조건

출처 : 뉴스토마토

문재인정부의 성공조건은 무엇일까. 1987년 민주화 이후 여섯 번에 걸친 5년 단임제 정부들이 성공보다는 실패로 끝났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도 1년이 넘어간다. 지난 10년간 보수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정부들도 정권 초기에는 국민적 지지가 높았으나 정권의 반환점을 지나면서는 방향을 잃어가고 임기 말에는 국민적 신뢰를 상실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촛불혁명 이후 등장한 문재인정부가 지난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고 성공하는 국정운영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성공하는 국정운영을 위해 ‘예방적 거버넌스(Anticipatory Governance)’가 모색되었다. 이는 클린턴정부에서 시작해 오바마정부에서도 적용됐다. 미국 민주당의 참모인 레온 푸어스(Leon Fuerth)는 미래에 일어나는 일들에 ‘선제적 개입(Forward Engagement)’을 통해 위험을 예방하는 국정모델을 찾고 있다. 지금 문재인정부에도 다양한 위험요소에 대한 예방적 거버넌스가 논의되어야 한다. 5년 단임제 정부의 예방적 거버넌스는 지난 정부들의 경험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권력의 생애주기를 살펴봄으로서 위험을 예방할 수도 있다.
한국의 직선제 대통령제는 동아시아문명의 시각으로 보면 하나의 왕조가 창업해서 끝나는 것 같은 영고성쇠의 권력 생애주기를 갖는다. 그래서 <주역>의 ‘벽괘설’로 문재인정부의 생애 주기를 시뮬레이션을 해 볼 수 있다. 이런 전망은 지난 여섯 번 정부의 국정운영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근거로 하여 추세를 확장함으로써 가능하다. 우선 문재인정부가 2017년 5월 집권한 이후의 시기는 ‘쾌(心없는 快)괘’였다. 이는 ‘활시위에서 손을 놓아 화살이 날아가는’ 시기다. 그래서 이때는 국정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100대 국정과제가 제안된 바 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는 ‘건(乾)괘’가 될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최전성기로 대통령 아젠다를 다시 한번 제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이다. 문민정부는 처음에 신한국 건설 아젠다로 집권한 뒤에 2년 차에 세계화 아젠다를 제기했다. 문재인정부가 성공하려면 이 시기에 장래 4년 동안의 대통령 아젠다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제기할 수 있는 시기다.
2018년 하반기에서 2019년까지는 ‘구(女+后)괘’에 속한다. 권력형 부패사건이나 재난, 안전사고 등이 우연히 찾아오는 것을 경계하고 예방해야 한다. <주역>에서는 “구(女+后)는 우야(遇也)”라고 적혔다. 문재인정부에서도 부패사건이 우연히 닥칠 수 있다. 이때 대통령은 충정한 리더십으로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정권의 승패는 권력형 부패나 재난 등에 대한 대응에 달렸다. 이전 정부들은 이 시기에 국정 대응을 잘못해서 침몰해갔다.
2019년 하반기는 총선 준비시기에 도입하는 단계로 ‘둔(遯)괘’다. 대통령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조정자 역할에 그쳐야 하며, 국회 중심의 국정운영이 강화되어야 하는 시기다. 주의할 것은 정부의 철학과 가치가 높을수록 그 원대한 이상에서 한발 물러나는 슬기가 필요하다. 이를 주역은 ‘천산둔(天山遯)’이라 했다.
2020년 4월 총선 이후는 ‘비(否)괘’다. 이때는 의석수에 관계없이 여야가 힘의 균형상태가 되고 정당 질서가 재편된다. 권력의 생애 주기로 보면 한가을에서 늦가을로 넘어가는 단계로 권력이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지난 정부들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권력의 속성상 그들의 힘이 언제나 한여름 같을 것이라고 착각해서 민심을 놓쳤기 때문이다. 권력에 한여름과 한가을의 추수만 있는 게 아니라 늦가을과 겨울이 오는 것도 알고 대비했더라면 이전 정부들이 그렇게 속절없이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2021년 이후는 다음 정부에 대한 인수인계 준비와 대선 관리의 시기다. 이는 ‘관(觀)괘’에 해당한다. 이 괘사는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순임금이 우임금에게 선양하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현재 권력이 다음의 좋은 정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은 무리하게 후계구도를 관리하기보다는 공정선거 준비와 다음 정부를 위한 인수인계를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정권의 인수인계가 없었다.
2022년 5월은 차기 권력이 등장하는 시기로 ‘박(剝)괘’다. 2022년 퇴임 이후는 ‘곤(坤)괘’로 권력의 생애 주기로 보면, 문재인정부의 ‘한겨울’이다. 새 정부가 문재인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시기고, 이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정책과 정치적 토대를 굳건히 해야 한다. 2023년 이후는 회복기를 의미하는 ‘복(復)괘’로 늦겨울에 새 봄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주역>의 벽괘설은 지금까지 열거한 군주괘를 중심으로 대법원 등 헌법기관과 여당, 국회의원들, 행정부처, 야당과 시민단체 그리고 직업관료의 5가지 경우로 국정운영의 지침을 권력의 생애 주기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제시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까지의 시뮬레이션은 현대 미국에서 모색되고 있는 예방적 리더십에 대한 동아시아문명의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의 정치적 경기순환을 예방적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역>의 전체를 관통하는 자강불식(自强不息) 가치와 정신이다. 이는 ‘스스로 강건하게 국정을 한순간도 쉼 없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이전 정부들과 달리 자강불식의 정신으로 성공하는 국정운영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제 우리도 87년 민주화 이후 성공하는 정부를 가질 때가 되었다.

임채원 더미래연구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