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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Media] (시론)한강 노들섬에 건국 100주년 기념물을 / 임채원 (더미래연구소 운영위원)

14 11월 [IF Media] (시론)한강 노들섬에 건국 100주년 기념물을 / 임채원 (더미래연구소 운영위원)

 (시론)한강 노들섬에 건국 100주년 기념물을

출처 : 뉴스토마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19년 4월11일까지 한강 노들섬에 건국 100주년 기념물을 조성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 보자. 백범기념관 등 건국 정신이 녹아 있는 효창공원을 국립공원으로 전환하는 일도 시작하자. 프랑스는 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에펠탑을, 미국은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뉴욕 허드슨강 입구에 자유의 여신상을 세웠다. 그들은 시민혁명과 독립전쟁 정신을 하나의 상징적 메모리얼로 집약해 후세들이 그 정신을 간직하고 진화시킬 수 있도록 했다. 촛불혁명은 대한민국 건국 정신으로부터 면면히 이어져온 민주공화정 이행의 정점이다. 임시정부에서부터 광화문 광장의 촛불혁명까지 민주공화정 이행 100주년을 기리는 역사적 조형물을 한강 노들섬에 만들자.
100년 전 중국 상해의 프랑스 조계에서 선언한 대한민국 임시헌장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은 동아시아에서 문명사적 사건이었다. 3·1운동을 언급한 전문과 본문 10개조로 된 이 짧은 임시헌장에는 동아시아 문명에서 새로운 정치의 시작이었다. 이 헌법은 1912년 신해혁명 후 손문이 아시아 최초로 공화정체를 선언한 임시약법에서 영향을 받았다. 근동에서는 케말파샤의 터키가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공화정체를 선언했지만, 아시아에서 ‘민주공화정’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한 것은 중국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였다. 일본은 이런 고민이 없었다. 그들은 입헌군주제와 결합된 내각제를 근대 정치체제로 받아들였다. 민주주의 이행에 대한 고민은 패전 이후 맥아더 군정의 몫이었다. 군주제에서 민주공화제로의 이행과 그 제도화는 상해 임시정부에서 시작해 2016년 촛불혁명까지 면면히 한국 민주주의의 지난한 역사적 과제가 됐다.
중국의 임시약법과 대한민국 임시헌장에 규정된 ‘민주공화정체’는 5000년을 지속한 동아시아 문명에서 가장 큰 정치체제의 전환을 의미한다. 동아시아 문명은 군주제와 그를 뒷받침하는 관료제가 당연시되는 정치체제를 고대 삼황오제 시대부터 이어왔다. 왕조가 바뀌는 역성혁명이 수차례 일어났지만 변함없이 군주제를 바탕으로 했다. 이를 거부하고 근대 공화정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명문화한 것이 신해혁명과 3.1운동 이후 중국과 대한민국이다.
중국은 1949년 이후 사회주의 체제로 전환하면서 민주공화정 전통은 본토에서 사라졌다. 반면 대한민국은 1948년 제헌헌법 제1조에 다시 민주공화국을 성문화했다. 다만, 시민혁명을 통해 시민세력을 기반으로 한 민주공화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헌법상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안 민주공화정은 형식적 규정에만 그쳤다. 4·19혁명과 80년 광주항쟁, 87년 민주화 그리고 마침내 2016년 촛불혁명을 지나면서 대한민국의 시민세력은 실질적인 민주공화국으로 이행을 이뤄냈다.
대한민국은 1919년 임시정부를 통해 민주공화제를 선언한 후 100년의 이행 기간을 거쳐 실질적인 민주공화국으로 전환됐다. 촛불혁명 이후 어느 때보다 시민의식이 고양되었으며, 정치참여를 통해 공론의 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건국 100주년 기념물 조성에 대해 시민 주도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미국은 9·11 이후 당시 참사의 공간을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로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시민참여를 통해 새로운 기념 공간으로 발전시켰다. 정부 지원이 있었지만 민간위원장이 주도한 민·관 합동위원회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새로운 뉴욕의 미래를 설계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건국 100주년 기념위원회가 정부 지원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이미 서대문 교도소 인근을 100주년 기념관으로 조성하는 일을 추진 중이다. 건국 100주년에 관한 다양한 논의에서 가장 먼저 다뤄져야 할 정치적 의제는 건국 정신을 성찰하고 이를 미래 세대에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상해 임시정부가 세워졌던 당시의 건국 정신을 가장 함축적으로 간직한 공간이 바로 백범기념관이 들어선 효창공원 일대다. 그럼에도 1948년 정부 수립 후 효창공원은 중앙정부 수준에서 관리되지 않고 방치됐다. 동작동 등 여러 곳의 묘역이 국립공원으로 조성되거나 지정됐음에도, 효창공원은 국립공원의 예우를 받지 못했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19년 4월11일 이전에 효창공원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임시정부에 대한 재조명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한강 노들섬에 건국 100주년 상징물을 시민 합의로 만들어 미래 세대에게 건국 정신을 일깨우는 일을 기획해 보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노들섬은 강남과 강북을 잇는 한강의 중앙이다. 때문에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개발 목적이 아닌, 서울과 대한민국의 미래로 가는 랜드마크로 접근해야 마땅하다. 그동안 서울의 도시개발에서 모색됐던 한강 르네상스 계획들은 상업적 개발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건국 100주년에는 우리사회 어딘가에는 후세가 길이 기억할 수 있는 기념물을 만드는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에펠탑과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와 미국의 가장 중심적인 공간에서 역사적 기념물로 자리해 미래 세대에게 혁명과 독립의 정신을 일깨우고 있다. 한강 노들섬에 건국 100주년 기념물을 만드는 사회적 합의를 지금부터 시작할 때다.

임채원 더미래연구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