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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Media] 예산심의는 기재부 아닌 국회가 하는 것 /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

26 10월 [IF Media] 예산심의는 기재부 아닌 국회가 하는 것 /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

[예산심의는 기재부 아닌 국회가 하는 것]

출처: 매일경제

 

# 2016년 예산안 심사가 시작되었다.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공청회를 시작으로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이후 정책질의와 심사로 이어져 11월 30일 전체회의 의결이란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통상 예산 심사와 관련해서는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슬쩍 끼워넣는 ‘쪽지예산’이 여론의 뭇매를 맞곤 한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정부의 예산안은 총괄부처격인 기획재정부가 각 부처의 ‘원안’을 모은다. 각 부처는 가능하면 자신들이 올린 원안이 그대로 반영되기를 원하지만 기재부는 협의와 조정이란 과정을 통해 칼질을 가하고 대개는 삭감된 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다. 이 과정에서 부처들은 칼자루를 쥔 기재부에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된다.

이렇게 마련된 예산안에 대해 부처들은 국회 예산정책처, 국회 예결위 전문위원들에게 예산 관련 자료들을 제출하는데, 국회의원의 핵심 권한이자 주요 책무인 예산 심의를 돕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일부 관료들은 국회의 예산 심의를 ‘이미 결정된 것을 통과시키는 단계’ 정도로 여긴다. 칼을 쥔 기획재정부와 얘기가 끝났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 지난 10월 13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선 정무위 야당 보좌진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위원회 및 소관기금의 2016년 예산안 설명회가 있었다. 예결위에 제출된 사업설명자료와 각목명세서를 기본자료로 해 보고가 진행되었고, 보좌진들이 사전에 요청한 별도자료와 현안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진 자리였다.

보고 과정에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산하 교육·연구기관(TREIN) 부산 설립 건이 부각됐다. 금융위원회는 ‘의장국 수임’이라는 항목으로 내년 예산에 FATF 총회 개최비용(8억원)과 교육·연구기관 설립비용(11억2800만원)을 합해 22억7700만원을 책정했다.

문제는 FATF 사무국에 제출했던 유치제안서 등을 놓고 ‘사무국에서 관련문서 대외 공개를 금지한다’는 이유로 금융위원회는 제출을 거부했다.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이 들어갈 국제기구를 유치하면서 국회에 관련자료를 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금융위는 “이미 국제사회와 약속한 것이고, 정부 차원에서 결정된 것인 만큼 예산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운영계획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며 국제부담금 납부명시 협정도 아직 미체결 상태이므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야당 의원들은 국제기구 운영비용을 본부 지원 없이 우리나라 재정으로만 충당하는 것 등이 문제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위원장은 “유치에 따른 경제적 효과와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를 내세워 예산안 통과를 반복적으로 요청했다. 국회는 그냥 주어진 대로 통과시키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 매년 예산으로 책정되는 수백조원은 수백만명의 욕망과 수만건의 이권이 결합된 산물이다. 결코 각 정부부처와 기재부 예산담당자들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덧셈·뺄셈의 결과가 아니다.

따라서 국회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의 내용과 절차, 의도와 효과를 꼼꼼히 살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리고 예산 감시는 결산이나 국정감사와 같은 ‘사후적’ 접근이 아니라 예산심의라는 ‘사전적’ 단계에서 이뤄져야 더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 의원과 보좌진은 시민의 상식으로 예산안을 철저하게 심사해야 한다. 더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의 ‘선심성’ 예산이 넘쳐날 우려가 크다.

그리고 그것을 핑계삼아 국회의 감시를 은근슬쩍 피하려는 정부 행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기재부와 협의와 조정으로 예산안 심의절차를 사실상 종료했다고 여기는 일부 관료들의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근절해야 할 것이다.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