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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Media] [오피니언] 예비후보制 활용 더 확대해야 한다 / 한정훈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20 3월 [IF Media] [오피니언] 예비후보制 활용 더 확대해야 한다 / 한정훈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오피니언] 예비후보制 활용 더 확대해야 한다

출처 : 문화일보

최근 지방선거 준비가 한창인 영국 내 각 정당의 지역사무소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옥스퍼드 지역의 노동당 사무소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유권자와의 대면(對面) 접촉을 확대하는 데 선거운동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당이 유권자의 지지를 동원하기 위한 당연한 선거전략이라고 할 수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메일, 소셜네트워크, 홈페이지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우편물 발송이나 대면 접촉은 오히려 보완적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근대 민주주의의 발상지 영국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앙마르슈 운동,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스페인의 포데모스 등 최근 선거에서 큰 성공을 거둔 신생 정당들이 공통적으로 유권자와의 대면 접촉이라는 지난 시절의 선거운동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전된 서구 민주국가들에서 전통적인 선거 방법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의 선거운동은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를 특징으로 한다. 특히, 후보자가 유권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심각하게 제약한다. 선거 시기를 규정한 후 일정 시기에만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규제가 대표적이다. 또한, 선거운동을 위한 호별 방문의 제한, 후보자의 연설 및 대담과 관련된 각종 제약은 유권자를 직접 접촉하기 위한 후보자의 활동에 장애가 되고 있다. 한국의 지방선거는 상대적으로 이처럼 선거운동의 제약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더욱 큰 경우에 속한다. 유권자들은 국회의원 선거 및 대통령 선거와 비교할 때 지방선거를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할 뿐 아니라, 그 결과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과 투표에 참여하려는 유인이 낮다. 선거운동에 대한 다양한 규제는 이러한 소극적 행위 유인을 개선할 수 있는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2004년 신설된 예비후보 등록제도는 그나마 정치신인들이 유권자와 접촉할 기회를 확대한 조치다. 예비후보들은 본선 후보등록 이전 시점까지 길게는 2개월 이상 유권자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서는 유권자와 악수를 하거나 명함 한 장을 건네는 것과 같은 제한적 방법이나마 유권자와 직접적으로 접촉할 기회가 예비후보들에게 열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차례의 선거를 통해 활용된 예비후보 등록제도가 후보자와 유권자의 연계를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예비후보 등록에 대한 정치인들의 관심이 줄고 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최종적으로 등록한 예비후보 수는 1만1608명이었던 반면, 2010년에는 9906명, 2014년에는 9175명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의 경우에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현재까지 유사한 추세가 관찰되고 있다. 예비후보의 등록이 선거 경쟁에 효과적이지 않았을 가능성을 예상하게 하는 추세이다.

다른 한편, 예비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도 미미하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를 위해서도 이미 3530명의 예비후보가 등록,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간혹 접하는 예비후보들의 활동 상황에 관한 보도를 제외하곤 이들의 정책과 활동에 관심을 보이는 유권자를 주변에서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신문이나 방송 같은 대중매체 역시 예비후보들의 활동을 보도하기 위해 많은 지면이나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그러지 않아도 낮은 예비후보들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개선할 수 있는 출구를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변화한 정치 환경을 고려할 때, 예비후보 등록제도의 유용성은 결코 낮지 않다. 즉, 서구 신생 정당이 대면 접촉을 강화한 선거운동을 통해 기성 정치에 회의를 느끼는 유권자의 동원에 성공했다면, 기성 정치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가 증가하는 한국의 정치 환경 안에서도 유권자와 대면 접촉을 위해 예비후보에게 주어진 기회의 유용성은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더구나 개헌(改憲) 논의로 이번 지방선거가 유권자의 관심에서 더욱 소외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권자와 대면 접촉 기회를 예비후보가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따라 그 효과 차별성은 예년에 비해 클 것으로 보인다.


한정훈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