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3월 [IF Media] 북풍이 불면 / 김연철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세상 읽기] 북풍이 불면
출처 : 한겨레
부패세력에게 남은 것은 바람뿐이다. 무능세력은 바람이 불기만 바란다. 북한에서 불어오는 바람, 북풍 말이다. 북풍이 불면 무능을 감추고 부패를 덮고 시대의 요구를 막을 수 있을까? 선거철이면 북풍이 불었다. 알고 보면 북풍은 북쪽에서 부는 바람이 아니다. 북한을 정치에 활용하는 ‘가공의 바람’이다. 북풍을 업고 등장했던 유신체제가 마침내 역사의 무대에서 완전히 퇴장했는데, 유신이 낳은 부패의 실체도 물 위로 드러났는데, 아직도 북풍으로 부패를 감추려는 ‘유신의 유산’을 보고 있어야 하는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북풍세력에게는 ‘해결’이란 단어가 없다. 당연히 ‘대책’이 없다. 북한은 실체고, 정부는 ‘북한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고, 해외에서 정치적 암살을 해도, 오직 할 일은 ‘규탄’뿐이다. 어떻게 정부가 ‘어버이연합’처럼 규탄만 하는가?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을 했는가? 그래 놓고도 해법을 제시하는 야권을 ‘종북’으로 몰 수 있는가? 정부가 북풍이라는 가짜안보에 몰두하는 동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진짜안보가 무너졌다. 그래서 북풍세력은 안보무능세력이다.
북풍세력에게는 국익이란 개념도 없다. ‘애국심이 없는 애국보수’는 형용모순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한국 보수의 민낯이다. 이익이 아니라 이념뿐이다. 동대문과 남대문의 상인들이 아우성을 치고, 온 나라 경제가 흔들거리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드 도입을 밀어붙인다. 외교도 국익도 경제도 없다. 오로지 종교적 신념뿐이다. 정부가 ‘성조기를 흔드는 애국보수’와 다를 바가 없다.
선거철이 되면 북풍이 왜 부는지 우리는 안다. 너무 자주 반복되어 식상하기도 하다. 그런데도 북풍은 퇴장하지 않고 또 등장한다. 야당 안의 북풍동맹세력도 책임이 크다. 이들은 ‘안보는 보수’라는 입장을 정치공학으로 신봉한다.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부의 규탄 대열에 동참할 뿐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야당이 정부의 무능을 덮고, 무능을 사면받은 정부는 마음 놓고 북풍을 일으키고, 여론이 다시 악화되고, 야당은 여론 핑계를 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안보는 보수파’가 야당에서 떨어져 나온 것은 다행이다. 조만간 우리는 새로운 북풍연대를 보겠지만, 그것은 시대착오다. 안보는 이념이 아니고, 북풍은 현실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그 정도는 안다. 당신들만 모를 뿐이다.
북풍이 불면 올라타지 마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아직도 북풍이냐’고 호통을 쳐야 한다. 갈 길이 멀고, 해야 할 일이 많다. 다만 북풍은 광장의 잡음처럼 존재할 것이다. 북풍으로 변신의 명분을 찾으려는 사람도 있다. 북풍 방지의 최선은 무엇일까? 시대의 과제에 집중하는 것이다. 정책경쟁의 화음이 커지면 잡음은 들리지 않는다. 탄핵이라는 언덕에 오르니 우리가 넘어야 할 산들이 보인다. 무난하면 이긴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러면 북풍이 끼어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짜안보다. ‘외교안보’ 분야는 더 이상 야당의 열세분야가 아니다. 안보 무능이 너무 길고 너무 깊다. 사람들은 ‘유능한 안보’를 갈망한다. 야권의 대권주자들에게 바란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아우성에 응답하기를. 외교무대에서 국익을 앞세우고, 한반도 정세를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평화와 경제가 어울리는 출구를 제시하기를. ‘평화가 민생’임을 깨닫게 해주기를. 그리고 ‘유능한 안보’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연철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