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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Media] (월요객석) 세이프가드와 혁신성장 /이상훈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09 2월 [IF Media] (월요객석) 세이프가드와 혁신성장 /이상훈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월요객석) 세이프가드와 혁신성장

출처 : 전기신문

미국무역대표부는 수입 태양광 전지와 모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자국 산업보호를 명목으로 수입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확대는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행정부가 출범할 때 어느 정도 예고가 되었다. 1월 22일 발동한 세이프가드 대상에는 태양광 전지와 모듈과 함께 국내 가전사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 수입 물량도 포함되었다.
태양광 모듈을 중심으로 첫 해 30%의 관세가 부과되고 매년 5%씩 관세가 줄면서 4년 간 부과된다. 미국 태양광 전지와 모듈 생산기업을 보호할 명목으로 발동한 세이프가드가 미국 제조업 육성에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지만 미국 태양광 시장을 위축시킬 것은 확실하다. 관세의 부과로 태양광 설비투자비가 상승하면 발전비용이 증가하고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우선시하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모순되게 미국 태양광 산업의 고용도 감소할 것이다. 미국은 2010년 850MW에 불과했던 태양광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여 2016년 15GW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2017년에도 약 12GW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미국 태양광 산업의 고용은 2016년 260,000명으로 증가하였다. 2010년에 비해 3배가 늘었다. 미국 태양광 산업의 일자리가 주로 시공 분야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시장의 위축은 고용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 태양광 시장의 축소는 미국에 태양광 전지와 모듈을 수출하는 기업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다. 지난 해 11월까지 말레이시아산 다음으로 한국산 태양광 전지와 모듈이 미국에 많이 수출되었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이 한국산 태양광 전지와 모듈을 9억 5천만 달러 수입했다. 미국 시장 축소에 따라서 한국산 태양광 모듈의 수출 규모도 10~30%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태양광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2016년 태양광 제조업의 수출액은 약 2조 9천억원이고 미국 시장의 비중이 적지 않았다.
태양광 산업은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주축이다. 2016년 태양광 산업은 전체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 매출액의 70%, 수출액의 81%, 투자액의 81%를 차지하였다. 풍력산업이 타워, 베어링, 단조부품 등 부품산업 외에는 세계 시장에 명함을 내밀고 있지 못하는 상황과 달리 태양광은 여러 분야에서 세계 시장에서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폴리실리콘 제조에서 OCI와 한화케미칼, 웨이퍼에서 웅진에너지, 전지와 모듈에서 한화큐셀와 LG전자 등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의 영향에 아랑곳없이 세계 태양광 시장은 2017년 잠정치 98GW보다 증가하여 2018년에는 100GW를 초과할 것이 확실시된다. 국내 태양광 산업의 한 축인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들은 미국 시장 축소의 영향이 미미할 것이고 태양광 전지와 모듈 제조사들도 지역다변화 전략을 통해 미국 시장 축소의 영향을 상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시장의 영향을 상쇄시킬 수 있는 시장은 인도, 중동과 북아프리카, 유럽, 남미 등 다양하지만 국내 시장도 매우 중요하다. 지난 해 국내 태양광 시장 규모는 약 1,200MW로 추정되는데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올해는 국내 태양광 시장도 큰 폭의 증가가 예상된다. 확대된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국내 태양광 제조사들이 점유율을 높이려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마케팅을 개선하는 자구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드러나지 않게 국산 태양광 제품을 우대하는 지혜로운 보급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이 되겠지만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산업 육성의 연계 부분이 더 보완되고 구체화되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확대를 통해 어떻게 자국 태양광과 풍력 산업을 육성할 지는 독일, 일본, 미국 등 기술 선진국들의 공통 관심사이다. 국제 무역규범에 어긋나는 미국의 세이프가드나 중국의 로컬콘텐츠 조항은 다른 기술 선진국들도 초강대국이라면 휘두르고 싶을 것이다.
보급과 산업 육성의 연계는 지난 15년 간 재생에너지 정책 분야의 풀기 힘든 난제였지만 국민의 동의를 기초로 재생에너지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시점에서는 더욱 확실한 진전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이 혁신성장에 기여하려면 이번 정부에서는 새로운 접근과 해법이 필요하다. 혁신성장이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상훈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