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7월 [IF Media] 임시정부 100주년 정신을 묻자 / 임채원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임시정부 100주년 정신을 묻자]
출처: 뉴스토마토
[홍일표의 시민/풍/파]?광복 71주년, 끝나지 않은 구순(九旬)의 투쟁
20대 국회가?출범했다. 8월에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번에 선출될 두 당의 지도부는 내년 12월 대선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게 된다. 대선 전초전의 성격도 더해지면서 당 대표에 도전하는 정치인들의 비전과 의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아직 시대적 의제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각 당 내부의 정파 간 갈등만 부각되고 있을 뿐이다.
주어진 현실은 엄중하다. 다포스포럼에서 제기된 제4차 산업혁명과 영국발 브렉시트는 엄청난 외부적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부적으로 지속된 정치적 의제가 무엇인지 반문하게 된다. 이번 8월의 두 전당대회와 내년 대선에서 성찰할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도 되묻게 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국내적 시각을 넘어서 동아시아적인 비전이 제기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두 개의 백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공산당 창건 100주년이 되는 2021년 ‘소강(小康)사회’로, 중화민국의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 ‘대동(大同)사회’로 진입하는 목표를 이미 1987년에 제시했다. 30년 전 덩샤오핑에 의해 제시된 소강사회는 인민의 민생이 해결되고 기초복지가 보장되는 사회로, 당 지도부는 시진핑 주석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전에 이를 완성하겠다는 구체적 실천을 이어오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권력을 다음의 6세대 지도부에 넘길 때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동사회로의 진입을 선언할 예정이다.
혁명과 전쟁의 동아시아 100년을 되돌아보면 격세지감이다. 1921년 7월 상해 프랑스 조계에서 비밀 소집된 공산당 창당 대표대회에서 진독수가 당 서기로 선출되고, 한때 북경대학교 도서관 사서로 일했던 마오쩌둥은 말석에 앉아 있었다. 이 조그만 모임이 현대 중국을 만든 맹아가 되었다. 시진핑 지도부는 이때 제기됐던 창당정신인 소강사회를 만들어서 중국 인민에게 역사적 평가를 받겠다고 한다. 이런 중국의 자신감은 시진핑에 의해 ‘중국몽(中國夢)’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대장정을 거쳐 국공합작과 중일 전쟁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지나 1949년 건국된 중화민국의 꿈은 100년 만에 사회주의 시장경제, 선진문화, 조화사회, 생태문명의 건설로 완성될 수 있다는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두 개의 백년’을 통해 공산당 창당과 중화민국 건국의 정당성을 인민들 속에서 인정받겠다는 중국 공산당의 자신감이다.
그런데 임시정부의 헌법정신을 장기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우리나라의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정치세력이 과연 있는가. 100년 전 임시정부 헌법이 민주공화국이라는 형식적 틀을 만들었지만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비전을 제시하며 실천한 정치세력은 찾기 힘들다. 이에 반해 1987년의 중국 공산당은 소강사회와 대동사회라는 ‘두 개의 백년’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문화대혁명으로 피폐해진 중국 인민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오늘날 시진핑 지도부의 자신감은 지난 30년간 인민들 삶의 질을 개선했다는 성과에 근거하고 있다.
87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이 번갈아가며 집권했다. 이 두 세력이 지난 30년 동안 제시했던 비전과 성과를 중국의 ‘두 개의 백년’과 비교한다면, 일관되고 장기 지속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더구나?임시정부 헌법정신은 헌법 조문 속에만 남아 있지, 현재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살아 있는 제도적 정신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번 8월의 전당대회는 앞으로 3년 남은 임시정부 100주년의 우리 현대사를 평가하고 2048년의 또 다른 100주년에 대한 정치 비전을 제시하는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 동아시아의 협력과 경쟁에서 중국 공산당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정치세력이 ‘두 개의 백년’에 버금가는 국가 비전을 이번 전당대회에서 보여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역사에 대한 현재의 화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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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센터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