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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Media] 정당이여, 국정감사를 치밀하게 ‘복기’하라 /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

18 9월 [IF Media] 정당이여, 국정감사를 치밀하게 ‘복기’하라 /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

[정당이여, 국정감사를 치밀하게 ‘복기’하라]

출처: 레이더P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국감을 전후로 의원실은 분주하다. 그리고 그 분주함 속에서 의원실마다 수많은 보도자료와 현장 질의서를 쏟아낸다. 피감기관(대부분 정부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만든 것들이다.

보도자료나 질의서 속에는 깜짝깜짝 놀랄 만한 데이터들과 기막힌 사례들이 포함되곤 한다. 예컨대 정무위원회의 경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피감기관인 이유로 이들 자료를 통해 한국 경제의 다양한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다. 자료제출을 둘러싼 의원실과 피감기관 사이의 공방이 벌어지는 이유는 바로 이런 중요한 정보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구한 자료로 만든 보도자료와 질의서가 전혀 보도되지 않거나 아예 현장에서 다뤄지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게 되면 그 귀한 자료들과 분석, 제안은 의원실 홈페이지나 담당 보좌진 컴퓨터에 저장된 채 방치된다.

전쟁 같은 20여 일 일정의 국감이 끝나면 몇몇 단체가 ‘국정감사 우수의원’을 선정해서 표창한다. 언론에서도 ‘국감스타’나 국감에서 제기된 주요한 이슈들을 다시 다룬다.

특히 정당에서도 당 차원의 국감 우수의원을 정하기 위해 각 의원실에 보도자료 배포 내역과 언론 보도 결과들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를 위해 의원실 보좌진들은 자료를 만들고 제출하느라 홍역을 치른다. 더구나 요구하는 내용과 형식이 제각각이어서 업무 부담이 크지만 국감 우수의원으로 선정되기 위해 성실히 응한다. 국감 기간에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하던 위치에서 자료를 내야 하는 위치로 바뀌는 셈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우수의원 선정을 위해 정당 차원에서 수합된 자료들이 일회용으로 사용된 후 폐기된다는 점이다.

정당이 정책과 노선을 중요히 여기고 국민의 바람,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다면 의원실마다 공을 들여 수집하고 만든 자료를 폐기해서는 안 된다. 국감이 끝나고 우수의원을 표창하기 위함만이 아니라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고 국민이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이슈를 정당 차원에서 치밀하게 조사하고 그것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특히 엄청난 경쟁을 뚫고 보도된 내용들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것은 국감이 끝난 후부터 ‘의원실’만이 아니라 ‘정당’의 과업이 돼야 한다.

정당 정책위원회나 정당연구소는 국감 때 각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와 제기한 문제들, 이에 대한 피감기관과 언론의 반응 등에 대해 조사하고 분석하는 활동을 국감 직후부터 새로 시작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내년에는 총선이, 내후년에는 대선이 있다. 공약을 중시하고 승리를 바라는 정당이라면 지난 4년의 국감을 정당 차원에서 제대로 ‘복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감이 끝난 후 이런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정당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말이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는 조훈현 고수의 ‘생각’은 비단 바둑에만 적용되는 경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홍일표 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