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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Media]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정치적 계산에 희생된 아동수당 /정창수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13 12월 [IF Media]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정치적 계산에 희생된 아동수당 /정창수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정치적 계산에 희생된 아동수당

출처 : 주간경향

국회가 소득 상위 10%는 아동수당 수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의 첫 번째 문제는 10%를 어떤 기준으로 하는가이다. 현재 재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10%를 가리는 것은 명확하지 않다.

12월 5일 새벽 대한민국 2018년도 예산이 국회에서 의결됐다. 하지만 국회의 극한대립을 막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이 4년 만에 무력화된 아쉬움을 남겼다. 그 과정에서 예산심의의 난맥상 또한 드러났다. 특히 정치적 쟁점사안에 대한 합의의 과정이 아직도 미숙함을 드러냈고, 더구나 이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정책들이 거부되거나 크게 후퇴하기도 했다.

사회적 혼란 야기한 아동수당 합의

그 중에서도 국민들에게 가장 큰 반응을 받게 된 것은 ‘아동수당’이다. 예산이 통과된 당일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전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여야의 합의문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3. 아동수당은 2인 가구 소득기준 90% 이하의 만 0세에서 만 5세까지 아동을 대상으로 2018년도 9월부터 월 10만원을 신규 지급한다’이다. 이로 인해 253만 해당가구 중 기준 이상의 국민들이 혜택에서 제외되게 되었고, 지급시기도 7월에서 9월로 연기되었다. 이 결과 1조1000억원에 달하던 예산은 510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문제는 이 규정이 해석하기에 따라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복지부조차 아직 기준을 정하지 못할 정도로 아동수당 문제는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국회가 소득 상위 10%는 아동수당 수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의 첫 번째 문제는 10%를 어떤 기준으로 하는가이다. 현재 재산과 소득을 기준으로 10%를 가리는 것은 명확하지 않다. 기초연금에서도 상위 30%를 가려 내지 못해 사실상 30%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3인 가족 기준으로 723만원인데, 재산 기준만으로는 6억6000만원이다, 둘을 합하여 판단하는 것은 더 힘들다.

둘째 문제는 막대한 국민 불편이 초래된다는 점이다. 253만가구의 국민들이 내가 10%에 들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서용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소득은 계속 변화하는 것이어서 매년 이 노력을 반복해야 한다.

셋째로 행정비용의 상승이다. 우선 253만가구 대상자 중에서 10%를 가리는 행정업무를 위해 최소 500명 이상의 공무원이 필요하다. 또한 3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는 야당이 큰 정부를 반대한다며 민생 관련 공무원 2700명을 줄인 것과도 모순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세원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월급생활자들에 비해 세원이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상태인 자영업자나 부동산 관련 재산 소유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더군다나 맞벌이 부부의 경우 이 소득기준을 넘게 되더라도 육아비용을 더 많이 지출하기 때문에 역차별이 있을 수 있다. 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맞벌이 부부는 외벌이 부부에 비해 육아비용이 1.5배 더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동수당은 왜 도입하게 되었을까? 정부의 공식 정책목표는 ‘모든 아동의 권리·복지 증진과 양육 지원은 국가의 기본적 책임으로 다른 복지제도와 달리 보편적 지원이 필요(보육료·양육수당도 마찬가지)하다’는 입장이다. 우리 국민들은 아직 아동수당제도에 익숙하지 않지만 이 제도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OECD 35개국 중 31개 국가가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리비아나 잠비아 같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들도 시행하고 있다. 아직 도입하지 않은 4개국은 한국과 미국, 터키, 맥시코다.

보수·진보를 떠나 아동수당제도는 이미 표준화된 것이다. 따라서 OECD도 부모의 경제상황에 관계없이 정부가 최소한의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2015년 권고하기도 했다. 이는 아동은 국가의 미래이며 아동 양육 지출은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관점과 함께 양육비용은 집중되어 있고 아동 성장 후 혜택은 국가 전체로 환원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따라서 비용분담이 없다면 유자녀-무자녀 가구 간 형평성이 저해된다는 점이 설득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당들도 이 정책 자체를 반대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지난 대선에서 모든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었다. 그러므로 선거 시기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기간을 연기하고, 소득기준을 두어 보편성을 제거하는 수준의 반대밖에 하지 못했다. 철저히 정치적인 이유인 것이다. 이를 방어해내지 못한 여당도 문제이지만 일단 국민들 비판의 화살은 야당으로 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렇게 줄인 복지예산이 지역구 예산 챙기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회의 예산심의 결과 복지예산이 1조4000억원이나 줄고 SOC가 1조2000억원이 늘어난 것도 이런 의심에 대해 설득력을 더해 준다.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된 아동수당

그렇다면 이후 아동수당은 어떻게 될까. 정부조차도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몇 가지 추정은 가능하다. 우선 맞벌이 부부들의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 원래는 폐지할 방침이었던 세액공제를 해줄 것을 검토한다고 한다. 원래 이 제도가 폐지되면 행정비용도 감소할 예정이었는데, 대상가구에서 10%를 선별하고 세액 감면자를 찾아내는 행정비용이 중복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조삼모사이면서 예산낭비가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것을 굳이 찾아본다면, 비록 위축되었지만 아동수당 정책은 결국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이 바뀌는 대표적인 시발점이 될 것이다. 결국 법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국민들의 반발에 직면하게 되면 여야가 합의해 법을 바꿀 수도 있어 정책의 변경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결국 정치적 계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면 선거라는 정치적 상황이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국민들의 판단이 두 달 미뤄진다고 바뀔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히려 야당이 더 많은 복지를 약속하면서 편승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진정한 문제는 각 정치세력이 세대를 대표하는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아동수당은 가장 지지가 높은 정책이었다. 더군다나 젊은층에서는 절대적이다. 보수야권이 노인들이 수령하는 노인연금에 대해서는 조용히 넘어가면서도 유독 젊은 세대가 지지하는 아동수당을 더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은 이렇게 세대 중심으로 재편되는 정치구조의 한 단면으로 보여진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런데 궁금하다. 앞으로 다수가 될 젊은 세대를 포기하고 어떻게 집권을 계획할 수 있을까. 혹시 이제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 상태에까지 이른 것인가.

정창수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