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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Media]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지방 소멸, 유입보다 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정창수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07 2월 [IF Media]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지방 소멸, 유입보다 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정창수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지방 소멸, 유입보다 나가지 않게 해야 한다

출처 : 주간경향

핵심은 무리하게 세금을 써서 들어오게 할 것이 아니라 있는 사람들을 더 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더 나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주민등록상 인구는 2017년 기준으로 5177만명이다, 여기까지는 그런가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전해인 2016년에는 5168만명보다 8만명밖에 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매년 20만명을 유지하던 증가 폭이 1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 생산가능인구도 72%로 처음으로 감소했다. 저출산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은 인구 감소 시점을 2032년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5년 후부터는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가 인구 감소를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주민등록 통계에는 다문화 등 외국인들의 한국 국적 취득도 포함돼 있다.

부산시는 왜 ‘압축도시’를 구상했나

수도권 외 지역은 더 심각하다. 17개 광역시 중 서울을 포함한 11곳이 감소를 시작했다. 기초단체는 지방 소멸을 이야기할 정도다. 군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광역시 안에서도 심각하다. 부산의 영도구는 15만명이던 인구가 10년 만에 12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영도구의 한 아파트에는 250가구 중 11가구만이 살고 있어서 범죄 등 치안에 극도로 취약해졌다고 한다. 심각성을 인지한 부산시는 구도심 4개구를 통·폐합하는 ‘압축도시’를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압축도시란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인프라나 재정운용 효율성의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모여 살게 해 지역을 유지시켜 보겠다는 방안이다. 물론 용인이나 화성같이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몇몇 곳들도 있지만 대부분 다른 지역에서 이동한 것이어서 자체적인 인구 증가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보다 먼저 인구 감소를 경험한 일본은 2009년부터 8년 연속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지난 한 해만 해도 30만명이 감소했다. 해마다 춘천보다 큰 도시가 없어지고 있는 셈이다. 일본 역시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똑같이 수도권은 증가하고 지방의 감소는 더 가파른 것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역의 위기의식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인구 관련 대책을 보면 다른 지역의 인구를 유입하는 제로섬게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에게 인센티브 등으로 압박하여 과잉전입을 유도한다거나, 군복무 중인 군인들의 주민등록 이전을 유도하는 등의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 이는 단순히 주민등록인구를 늘리는 수준의 대책이다. 이렇게 된 데는 지역이 삶의 질보다는 숫자에 의한 예산지원 증대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지방 소멸에 대응해 특별법을 제정한다고 한다. 인구 소멸지역에 각종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시기 지역 균형발전 정책과 별다른 차별성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종합발전계획을 지양하고 압축도시를 추진한다는 내용 정도가 새롭다.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는 두 가지 방안을 주로 사용한다. 첫째, 산업단지다. 둘째는 지역축제다. 문제는 다들 특색 없이 따라하기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기준 산단은 1159곳이고, 지역축제는 361개이다. 너무 많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 거의 절반의 공단이 30% 이하의 입주율을 보이고 있고, 흑자를 보는 지역축제도 산천어축제 하나 정도다. 그나마 지역경제에 영향을 끼친 곳도 함평나비축제 등 열 손가락에 꼽는다.

군 단위, 기본소득 지급할 예산 있다

문제는 일자리다. 일자리가 없으니 젊은이들이 떠나고 그래서 활력이 떨어지고 소비가 안 되니, 인구가 감소한다. 빈집이 늘어나니 치안이 나빠진다.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인구 대비 행정비용은 증가한다, 넒은 면적에 사람들이 살아가니 도로나 상·하수도 등 인프라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 예산의 비효율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압축도시를 구상하기도 하는 것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우리보다 먼저 지방 소멸을 겪고 있는 일본을 보면 많은 시사점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일본에서 출판된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이라는 책에 따르면 핵심은 무리하게 세금을 써서 들어오게 할 것이 아니라 있는 사람들을 더 나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재정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정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 복지재정 등의 수요로 어려운 곳이 있다. 바로 자치구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군은 재정문제가 핵심은 아니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지방재정은 총계 기준으로 세입 342조원 중 75조원이 결산상 잉여금이다. 4분의 1 정도나 된다.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쓸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하려면 일이 있어야 하고 살 집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담이 없고 의료비용이 걱정 없어야 하며 노후대책이 있어야 한다. 지역의 재정은 그럴 수 있는 규모이다. 2만명이 사는 군에서 예산이 3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가령 경북 군위군은 2만4000명의 인구에 일반회계만 3000억원이다. 50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해도 1000억원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재정분권을 모토로 하는 현 정권의 정책이 시행되면 예산의 규모는 큰 폭으로 증가한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모두가 서울처럼 갖추고 인구도 늘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접어야 한다. 인구 감소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처한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충격은 덜 받고 삶의 질을 높이는가가 중요하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아이도 낳아서 소멸되지 않고 지속가능한 곳이 될 것이다. 재정 파탄의 도시로 알려진 일본의 유바리시는 지금 12만 인구가 9000명으로까지 감소했다. 그나마 요즘 인구가 다시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살다 죽겠다는 노인들에게 젊은 시장은 이렇게 설득했다고 한다. “다음 세대에게 우리 유바리시를 남겨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현 정권이 끝나갈 무렵 인구는 줄어들 것이다. 소멸이 두렵다면 이제라도 현실을 받아들이자. 우리도 남겨주어야 하지 않을까.

정창수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