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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Media]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탈핵시대, 한국 에너지 정책은 아직도 친핵 /정창수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08 8월 [IF Media]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탈핵시대, 한국 에너지 정책은 아직도 친핵 /정창수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탈핵시대, 한국 에너지 정책은 아직도 친핵

출처 : 주간경향

에너지 관련한 지출은 공공성 차원에서 미래 에너지인 재생에너지나 에너지 취약계층을 돕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법 원칙상 당연한 논리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신고리 원전 5·6호의 중단을 위해 공론화위원회가 설치되면서 탈원전 정책은 현 정권 최대 이슈 중의 하나가 되었다. 원자력발전소 집중 지역인 부산·경남(PK)에서는 이른바 ‘원전 대전’이 예고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정부 정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김무성 의원을 제외하고는 자유한국당 의원들마저도 직접적으로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더구나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서병수 부산시장은 당론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탈핵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핵 관련 업계 당사자들이 포함된 과학기술인들조차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의 이메일 설문조사 결과 탈핵정책에 대해 41%는 ‘적절’, 46%는 ‘부적절’이라고 답하고 있다. 물론 ‘탈화석연료’에는 72%가 찬성하고 있다. 결국 서병수 시장의 말처럼 탈핵으로 가는 역사의 이정표는 세워진 셈이다.

에너지 간의 조세 차별

현재 신중론을 포함한 반대 주장의 근저에는 경제성 주장이 핵심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조세 측면에서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에너지별 세제는 공평하지 않고 매우 차별적이다. 따라서 에너지 소비는 세금이 낮은 곳으로 유도되고 있다.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조세와 부담금, 보험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어서 합리적인 고민이 필요하기는 하다. 에너지 문제는 단순한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적 가치 등 우리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환경적인 가치를 주장하면 ‘탈화석연료’나 ‘탈핵’의 논리는 이미 압도적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현실론으로 경제성을 주장하는 부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환경적 입장을 제외하고 경제적 조세원칙에서는 각 에너지원이 지닌 고유 열량 대비 세금을 일치시킨 금액을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에너지의 성과는 에너지 발생량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세금뿐만 아니라 준조세 금액을 모두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올해부터 화력발전의 개별소비세는 kg당 30원으로 LNG 개별세비세 kg당 60원의 절반 금액이다. 이는 석탄의 열량이 LNG 열량의 약 절반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여 열량 기준 세금액수를 동일하게 조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석탄은 조세를 통해 경제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더구나 준조세까지 포함하여 생각한다면 대표적인 공해 에너지원인 석탄은 정부의 지원정책으로 경제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셋째, 원료에 부과되는 세금 및 준조세뿐만 아니라 생산된 전력에 부과되는 조세와 준조세 모두를 통합적으로 합산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원자력발전은 원료인 우라늄 등에는 세금 및 준조세가 부과되고 있지 않다. 다만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에는 지역자원시설세(㎾h당 1원), 원자력기금(㎾h당 1.2원), 사업자 지원 사업비(㎾h당 0.25원) 등의 준조세가 부과된다. 이러한 발전전력에 부과되는 조세와 준조세를 함께 포함하여 전체 에너지원별 세금 및 준조세 액수를 도출해야 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 5월 발표한 ‘미세먼지 절감을 위한 에너지세제의 근본적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각 에너지원별 동일 열량 대비 조세 및 준조세액을 통합한 결과는 역차별이었다. LNG 1㎾h 열량에는 총 6.60원의 세금 및 준조세가 부과되는데, 유연탄에는 4.82원, 원자력에는 0.98원의 세금 및 준조세가 부과되었다. 즉, 유연탄과 원자력에는 LNG 발전에 비해 세금 및 준조세 특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원료에도 세금이 없고 발전량에서도 극히 적은 부담을 하게 되므로 경제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기준으로 보면 에너지별 역차별을 하게 된 결과 한전(법인세 차감 전 순익, 연결기준)은 2014년 4.2조원, 2015년 18.7조원, 2016년 10.5조원의 막대한 이익을 보게 된 것이다.

재정지출에서도 차별

그러면 그나마 이렇게 부담한 돈은 에너지별로 어떻게 나눠지는가를 살펴보자. 2017년 예산안 기준으로 에너지 재정수입은 에특회계(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5.1조원, 전력기금(전력산업기반기금) 4.1조원.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 4.8조원 등 총 14조원이다. 물론 이 액수는 여유자금 등 이전의 수입도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지출의 방향이다. 에너지 관련한 지출은 공공성 차원에서 미래 에너지인 재생에너지나 에너지 취약계층을 돕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법 원칙상 당연한 논리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에특회계는 다시 에너지 효율 향상이나 국내외 자원 개발, 공급체계 구축, 연구개발 등 석유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 전력기금은 역시 전기를 생산한 원자력 등 발전소의 공급체계, 관리, 연구개발에 사용된다.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660억원, 신재생에너지 보급 4496억원 정도가 고작이다. 그나마 이 부분도 기존 발전소의 신재생에너지 비용 부담을 보전해주는 방식이 많다.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은 성격상 당연히 원자력과 관련한 관리비용 등으로 사용한다. 결국 아무리 넓게 잡아도 14조원의 수입 중 5000억원 정도만 공공성을 위해 사용된다. 대부분은 원래 낸 곳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결국 기존 에너지들은 역차별이라 불릴 정도로 매우 적은 조세 및 준조세 부담을 하고, 그렇게 모은 정부 재정도 낸 곳에 사용되는 구조다. 미래 에너지가 아니라 과거 에너지의 경제성을 보전해 주고 있다. 원전 제로에 대해 2060년까지 시간을 두었음에도 원자력업계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2013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태양광산업 전망을 분석한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22년 그리드 페리티(Grid parity·태양광발전 단가가 일반전기와 같아지는 지점)에 도달한다고 한다. 태양광 산업계에서는 더 이른 시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눈앞에 다가온 미래를 부정할 수는 없다. 탈핵의 문제는 원자력업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해결 과제다.

정창수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