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11월 [IF Media] [칼럼]동맹의 재구성/김형완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칼럼]동맹의 재구성
출처 : 주간경향
한반도 전쟁 가능성에 대한 국제 한반도 전쟁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긴장과는 달리, 국민의 일상엔 별다른 동요가 없다. 냉전수구세력의 안보마케팅에 이골이 난 탓일 수도 있고, 하루 평균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살하는, 사실상 전시수준의 참사(연간 1만5000여명이다!)가 일상이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소위 ‘안보불감증’에도 맥락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안보불감증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위기에 대응할 ‘자기주도력’이 부재한 것이다. 안보를 남의 나라에 맡겨버린 다음에야 안보무력증에서 헤어날 길이란 없다. 핵무장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이 한반도로 집결하고, 민족절멸의 대참사가 단지 ‘군사적 옵션’이라는 세련된 언어로 운위되고 있는데도 그야말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북핵은 제네바 합의 때만 해도 핵 동결과 평화협정, 북·미수교가 일괄타결 방식으로 등가교환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선을 넘어 버렸다. 즉 북한은 이미 보유한 핵무기(몇 기나 되는지 가늠도 안 된다) 현재 개량 중인 핵무기와 이를 지원하는 재처리시설 앞으로 소형화·경량화로 진화를 계속할 미래 핵기술 등 최소한 3개의 카드를 가진 셈이 되었다. 중국의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체제 맞바꾸기)’도 물 건너간 것이다. 이제는 유예-동결-감축-불능화-비핵화라는 복잡한 다단계협상이 불가피해졌다. 북한은 자신들의 전략자산이 ‘뻥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연일 미사일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북한의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은 “화성-12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IRBM) 4발을 동시에 발사해서 괌을 포위사격하겠다”면서, “이는 일본의 시마네(島根)현, 히로시마(廣島)현, 고치(高知)현 상공을 통과, 사거리 3356.7km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 주변 30~40km 해상에 탄착하게 될 것”이라고 미사일의 궤적과 시간, 거리 등 1급 군사정보를 일부러 공개했다. 왜 그랬을까.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MD체제는 북한보다도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의 일환으로 구축되어 왔다. 일본의 재무장이나 한국의 사드 배치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8월 30일 미국의 군축협회 미사일방어 전문가인 킹스턴 리프 국장이 “미국과 일본은 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방법이 없다”고 실토했듯이, MD체제는 아직 갈 길이 먼 형편이다. 미국으로선 궤적까지 미리 알려준 북한의 미사일 요격에 실패한다면, MD의 효용과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제 북핵문제는 남북문제를 넘어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에 대응하는 최대 현안으로 격상되었다. 위기의 진앙지는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핵은 그동안 남북문제로 위장되어 오던 한반도 긴장의 실체를 드러내게 하였다.
북·미 대치가 첨예해질수록 남측의 개입 공간은 더더욱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선 북한이 남측의 어떠한 대화 제의에도 응할 리 없다. 미국의 대한반도 전략에 우리 정부가 완전히 포박돼 있는 이상 우리에게 허용된 운전자의 자리는 없다. 꽉 막힌 사태 해결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전술핵 배치나 참수부대 창설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한·미동맹의 전략적 재조정이다. 문정인 특보의 말대로 “동맹은 전쟁을 막자고 있는 것이지, 전쟁을 일으키는 게 동맹의 기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미·일 동맹의 ‘강화’가 아니라, 반대로 전략적 ‘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결국 북핵문제의 해법은 목표도 방법도 ‘평화’밖에 없다. 그 길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증하는 것으로 수렴된다.
김형완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