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1월 [IF Media] ‘합리적 보수’의 가짜 안보/ 김연철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세상읽기] ‘합리적 보수’의 가짜 안보
출처 : 경향일보
유승민 의원에게 묻고 싶다. 사드를 도입하면 안보가 튼튼해질까?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온 나라의 상인들이 시름에 잠겨 있다. 그래서 야당 의원들이 중국에 가서 한-중 관계를 논의했는데 그것이 왜 매국인가? ‘합리적 보수’라고 하는데, ‘합리’는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이념적 접근은 합리와 거리가 멀다. 색깔론의 낡은 안경을 벗고, 맨눈으로 안보현실을 보기 바란다.
안보는 이념적 접근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을 요구한다. 사드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아니라, 북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국민을 속이는 가짜 안보로 나라를 도탄에 빠뜨린 대통령은 두 명으로 충분하다. 안보가 무너지면 민생도 무너진다. 다수의 국민들이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없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다수의 국민들이 ‘이게 나라냐’고 묻고 있다. 국민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진짜 안보를 원한다.
이념적 접근이 문제를 방치하고 재앙을 키웠다. 우리 안보의 치명적인 위협은 널려 있다. 당장 2022년이 되면 19살 남성 전체가 입대해도 병력이 모자란다. 병역제도는 하루아침에 바꿀 수도 없다.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안보를 이념의 색깔로 보면 현실의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중장기 대책을 세우려면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데, 색깔론은 협치를 차단한다. 인구 감소로 2750년이 되면 대한민국 자체가 소멸한다. 도대체 나라를 누가 지키나? 인구가 줄면 성장률도 떨어지고 재정수입도 줄어든다. 고령화로 복지비용을 줄일 수도 없는데, 사드 같은 불필요한 무기에 돈을 퍼붓자는 논리가 과연 합리적인가?
우리의 군대는 어떤가? 변화하는 안보환경을 고려하여 우리 군대의 전투력을 점검해야 한다. 방산비리와 중복투자로 국민 혈세가 줄줄 새고, 군대의 인권과 복지 수준이 열악해서 사기가 높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자긍심을 가진 유능한 군대는 불가능하다. 민첩하고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반성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여전히 안보를 이미지로만 소비한다. 군대에 가본 적이 없고, 사격을 해본 적도 없고, 식판에 배식을 해본 적도 없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왜 어색한 사진을 찍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높은 사람이 온다고 추운 날 보도블록을 걸레로 닦던 옛날 군대 시절이 떠오른다. 30년이 흘렀지만 보여주기 위한 의전이 반복되는 현실은 참담하다. 정치인들이 사진만 찍을 것이 아니라, 현장에 가서 병사들의 고충을 듣고 장교들의 관사를 돌아보고 제대군인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말로만 안보를 떠들었기에 국방은 개혁의 사각지대로 남았다.
지금까지 가짜 보수는 부패를 감추기 위해 색깔론의 가면을 썼다. 가짜 언론이 잡음을 일으키고 가짜 지식인이 장구를 치면서 그들은 공론의 영역을 차지했다. 그리고 장막 뒤에서 나라를 지켜야 할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빼돌렸다.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했고, 나라의 격이 땅에 떨어졌다. 한마디로 안보가 무너졌다. 이런 시점에 색깔론이라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적폐는 산처럼 높은데, 탄핵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압축적으로 정책경쟁을 해야 하는 이 소중한 시간을 색깔론으로 덮으려는가? 낡은 보수는 애국심이 없고, 이른바 ‘합리적 보수’는 너무 정략적이다. 이념은 언제나 무능했다. 우리는 무너진 안보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색깔론의 잡음이 아니라, 정책경쟁의 화음을 보고 싶다.
김연철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