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0월 [IF Media] 2017대선, 야권은 ‘결핍’을 채울 수 있을까? / 최병천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
[받아라, 시민정치②] ‘온라인 시민정치’의 빛과 그림자
출처 : 오마이뉴스
지난 8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최대관심사는 누가 당 대표가 될지, 어느 정도의 득표차로 당선될 것인지였다. 득표의 세부내역을 보면 향후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당내 세력지형’을 추정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 추미애 후보가 당선됐다. 경쟁했던 후보는 김상곤 후보, 이종걸 후보였다.① 국민여론조사에서 45.5%의 지지를 받았던 추미애 후보는 권리당원으로부터 61.7%의 지지를 받아 권리당원② 분야에서 압승했다.
▲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각 후보의 득표율 | |
ⓒ 참여사회 |
민주당 경선의 승패를 좌우한 ‘권리당원’의 힘
여성부문 최고위원 경선은 권리당원의 위력을 더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당직자 출신이며 현직 재선국회의원인 유은혜 후보와 원외 영입인사였던 양향자 후보가 경선에서 맞붙었다. 여성 최고위원의 선출방식은 대의원 50%, 권리당원 50%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유은혜 후보는 대의원에서 52.4%를 얻어 47.6%에 그친 양향자 후보를 약간 앞섰다. 그러나 권리당원에서 유은혜 후보는 33.5%, 양향자 후보는 66.5%를 얻었다. 권리당원에서 무려 66.5%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양향자 후보가 최종적으로 57%의 득표율을 얻으며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 ?더민주 여성부문 최고위원 선거에서 각 후보의 득표율 | |
ⓒ 참여사회 |
민주당 8.27 전당대회의 최대 변수는 ‘권리당원’이었다. 이들 권리당원의 상당수는 2016년 연초 안철수 의원이 탈당하며 국민의당과 분당될 때, 새롭게 인터넷과 SNS를 통해 가입한 사람들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당가입과 참여는 그 자체로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8.27 전당대회 직후 언론의 반응은 친(親)문재인 후보 진영이 ‘싹쓸이’를 했고, ‘온라인 권리당원’이 그 토대가 됐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진보-중도-보수언론을 막론하고 일치된 견해였다.③
정당 민주주의의 핵심은 정당’간’ 경쟁구조
좋은 정치와 좋은 정당의 관점에서 권리당원, 시민정치, 국민참여경선의 의의와 한계는 무엇일까? 시민의 정당가입, 시민의 정치참여 확대에 기여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 측면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한계와 문제점을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권리당원, 진성당원, 국민참여경선 등이 ‘정당 민주주의’의 핵심인 양 과도하게 의미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학자 최장집 교수는『어떤 민주주의인가』에서 “중요한 것은 정당 내부 구조가 얼마나 더 민주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정당 간 경쟁의 체제가 얼마나 민주적이냐에 있다”라고 강조한다. 요컨대, 정당이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핵심은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정당’간’ 경쟁구조라는 것이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당내 선출 절차를 국민 참여 방식으로 하든 당원 직선으로 하든 총재 지명방식으로 하든 ‘국민들 입장’에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중요하단 것인가? 중요한 것은 정당의 본질적 기능인 ‘좋은 대안의 선택지’가 되는지 여부이다. 예컨대, 2012년~2014년 한국 정치의 핫이슈였던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은 ‘당원 직선’으로 선출됐다. 그리고 2012년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명숙 지도부 역시 그 해 1월 전당대회에서 1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모바일 참여’를 통해 선출한 지도부였다. 당내 선출방법과 그 정당이 ‘좋은 대안의 선택지’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둘째, 온라인을 통한 시민정치와 권리당원은 2040세대의 여론이 과잉대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JTBC가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인터넷과 SNS를 활용하는 유권자는 ‘2040세대’에 국한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정치적 사안에 대한 뉴스를 접하는 세대별 매체현황 | |
ⓒ 참여사회 |
2030세대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정치뉴스를 접하는 비율은 60% 이상이다. 반면 50대 이상의 세대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정치뉴스를 접하는 비율은 10%대 혹은 그 미만에 불과하다. 실제 세대별 유권자 비중은 어떻게 될까? 19세~49세는 약 2300만 명이며, 50세 이상은 약 1800만 명이다(통계청 자료). 50대 이상의 투표율이 40대 미만의 투표율보다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유효 유권자 비중’은 반반으로 봐야 할 것이다.
결국 온라인을 통한 시민정치와 권리당원 등은 2040세대에 국한된 ‘절반의 대표성’만 실현된 것으로 봐야 한다. 2040세대와 50대 이상 세대는 역사적 체험, 정보획득 경로, 가치 취향, 정서 등 많은 면에서 이질적인 집단이다. 그간 야당이 인터넷과 SNS에서는 열광적인 호응과 지지를 얻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수시로 박살났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12년 총선을 앞둔 ‘나꼼수 현상’, 그리고 ‘김용민의 막말 파동’은 인터넷과 SNS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 ?2040세대와 50대 이상 세대는 여러면에서 이질직인 집단이다 | |
ⓒ 참여사회 |
2017년 대선,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 정치사에서 국민참여경선, 진성당원 등이 본격화된 것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노무현 돌풍’ 이후부터이다. 당시 노무현의 경선 승리는 국민참여방식을 도입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노무현 후보가 당내에서 대선후보 지위를 공격받을 때,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할 때, 정몽준 후보가 지지철회를 할 때 등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노사모, 개혁당, 네티즌들의 적극적 지지와 엄호는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조직세가 약한 반면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었다. 온라인 참여는 조직과 세력이 취약한 노무현 후보의 ‘결핍된 부분’을 보완해줬다. ‘조직적 열세’를 보완해주는 것. 국민참여, 시민참여, 권리당원 참여의 의의도 한계도 딱 거기까지이다. 그럼,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 정치와 한국 정당들에는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가?
좋은 정치에는 두 가지 속성이 내재되어 있다. ‘권력’과 ‘비전’이다. 인사권, 예산권은 권력에 해당하고, 대안·콘텐츠·솔루션은 비전에 해당한다. 지금 국민들은 무엇으로 고통 받고 있는가?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저성장, 청년실업, 비정규직, 노후불안이 극심하고 세계화, 지식정보화, 자동화, 로봇화는 진행되는데, 성장·복지·일자리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회경제적 구조개혁’의 대안이다. 나 역시 정치권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는 사람이지만, 이런 질문들에 대해 야권의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분들의 비전, 대안, 솔루션이 뭔지를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뭔가 ‘결핍된 것’을 채워야 한다면,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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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 ?새누리당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 선출방식은 일정하지 않고 그때 그때 닥쳐서 정해지는 편이다. 8.27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출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30%, 당원여론 10%, 국민여론 15%를 반영하는 방식이었다.
② ? ?’권리당원’은 지난 1년간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사람이다. ‘당원’은 당원명부에 등록되어 있는 사람이다. 당원 중에는 소위 ‘페이퍼 당원’도 광범위하게 포함된 셈이다. 당원의 숫자는 수백만 명이고,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의 선거인수는 199,401명인데 이중에서 55,124명이 투표에 참여했다(투표율은 27.64%).
③ ? ?다음과 같은 기사들이 대표적이다. <한겨레> 온라인 권리당원 ‘몰표’…대선 경선 룰 ‘핵심 쟁점’ 예고 (8월 29일), <경향> [더민주 전대 이후]전대 흔든 ‘온라인 권리당원’의 힘 (8월 29일), <오마이뉴스> 더민주 ‘주류 독식’ 현실화, 권리당원 지지 막강 (8월 21일), <한국일보> 더민주의 뜨거운 감자가 된 ‘온라인 당원’ (8월 30일), <조선일보> ‘친문 독식’ 이끈 온라인 파워에… 말조심하는 의원들 (8월 29일) 등. <중앙일보> 김성탁 차장의 「정치엘리트의 시대가 가고 있다」(9월 2일 칼럼)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④ ?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JTBC 뉴스9’는 총 4회에 걸쳐, 서울, 경기, 인천, 부산 지역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표는 2014년 5월 30일에 실시된 4차 서울지역 조사이다. 1~3회, 경기, 인천, 부산의 조사결과도 대동소이하다. 원 자료는 http://www.nesdc.go.kr/result/201609/egovtemp_201405301224511560.pdf.htm에서 볼 수 있다.
최병천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